[스페셜2]
내가 슈퍼히어로 캡틴이다!
2014-04-10
글 : 이주현
당신이 궁금해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대한 몇 가지 것들

캡틴 아메리카가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히어로로 신고식을 치른 건 3년 전이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퍼스트 어벤져>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어벤져스>로 자신의 능력(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어벤져스>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이하 <윈터 솔져>)에선 캡틴 아메리카가 왜 ‘캡틴’으로 불리는지 그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며 매력 발산의 시간을 갖는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윈터 솔져>는 <아이언맨> <어벤져스>에 버금가는 마블의 역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윈터 솔져>를 둘러싼 궁금증들을 정리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의 히어로 중 가장 심심한 캐릭터다?

NO 어두운 과거도 없고, 복잡한 여자 관계도 없고, 욱하는 성질도 없는 캡틴 아메리카는 근래 우리가 보아온 히어로들 중 가장 행실 바른 사내다. 이는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를 통해 여실히 입증되었다. 여기서 잠깐 두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복습을 좀 해보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스티브 로저스는 ‘불량배’들이 활개치는 모습을 팔짱끼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스스로 전장에 뛰어든다. 종합병동이나 다름없던 말라깽이 스티브는 에스카인 박사의 실험 덕에 강력한 힘을 가진 건장한 청년으로 거듭나고, 그렇게 탄생한 ‘세계 최초의 슈퍼솔져’ 캡틴 아메리카는 나치의 과학부대 히드라를 상대로 활약을 펼친다. <퍼스트 어벤져>의 바통을 이어받은 <어벤져스>에서 70년간의 ‘동면’에서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팀의 ‘캡틴’이 되어 개성 강한 히어로들을 하나로 묶는다. 그 과정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구닥다리 영웅이라고 놀림도 받는다. 성조기 문양의 유니폼은 세련미가 떨어지고, “명예, 용기, 희생”으로 요약되는 캡틴 아메리카의 정신은 낡고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촌스러움은 아이언맨과 함께일 때 더 두드러져 보였다. 외모부터 성품까지 두 캐릭터는 여러모로 대비를 이루는데,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에게 “슈트를 벗으면 무엇이 남느냐”, “당신이 희생을 아느냐”고 도발했던 인물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였다(토니 스타크는 슈트를 벗으면 “백만장자 플레이보이”가 된다). 아이언맨이 21세기형 히어로라면 캡틴 아메리카는 20세기형 히어로인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벤져스팀의 다른 히어로들과 비교해도 캡틴 아메리카는 너무 평범하다. 캡틴 아메리카의 근육은 토르의 근육에 비할 바 못되고, 힘에 있어선 헐크에 한참 밀린다. 이런 그가 어떻게 어벤져스팀의 ‘캡틴’ 노릇을 할 수 있었을까. 특별한 기술 없이도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것, 그게 바로 캡틴 아메리카의 진정한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과 매력은 <윈터 솔져>에 이르러 활짝 꽃을 피운다. 고리타분했던 20세기의 영웅은 이제 21세기에 완벽히 적응을 마쳤다.

캡틴 아메리카의 단짝 버키 반스가 악당이 되어 돌아온다?

YES 스티브 로저스에게 “친구 이상의 존재”였던 버키 반스는 <퍼스트 어벤져>에서 전투 중 사망한(것으로 알려졌)다. 버키가 달리는 열차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던 순간 그의 손을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이가 스티브였다.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은 스티브의 마음을 오랫동안 짓눌렀다. 그런 버키가 악당 윈터 솔져로 부활했다. 과거의 기억을 삭제당한 윈터 솔져에게 캡틴 아메리카는 친구가 아니라 적이다. 윈터 솔져는 캡틴 아메리카를 고뇌하게 만드는 악당이다. <윈터 솔져>의 작가 크리스토퍼 마커스는 이번 영화에서 “슈퍼 히어로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코믹북 캐릭터 중에서 “캡틴의 친구”를 악당으로 부활시킨 것은 그러니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의 대결이 <윈터 솔져>의 핵심은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상대해야 할 적은 따로 있다. 그 적은 1편의 레드 스컬처럼 악당의 모습을 하고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7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이 복잡하게 변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21세기의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 자유와 구속이 뒤섞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일 때가 다반사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우리를 구속하는 일도 흔하다. 세상에 대한 믿음이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대에 히어로로 살아가는 스티브 로저스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페기에게 고백한다. “무엇이 옳은지 이젠 모르겠어.” 페기는 “세상이 변했다”고 말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캡틴 아메리카뿐이다.

<윈터 솔져>에는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의 로맨스가 있다?

NO 블랙 위도우는 작전 수행 중 수시로 캡틴 아메리카에게 여자 이야기를 꺼낸다. “옆집 사는 간호사는 어때? 데이트 신청 해보지 그래. 금방 넘어올 것 같던데.” 사실 이런 대화는 남자들끼리 나눌 법한 대화가 아닌가.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 사이에 애정 전선이 형성되길 기대하는 팬들에겐 아쉬운 얘기지만 적어도 <윈터 솔져>에서 둘은 어디까지나 끈끈한 동료애를 나누는 관계일 뿐이다.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는 크리스 에반스 역시 “로맨스라고 부를 수 없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이며, 신뢰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크리스 에반스의 말처럼 믿음의 문제는 이번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다. 쉴드의 국장 닉 퓨리는 죽기 직전 캡틴 아메리카에게 “절대 아무도 믿지 마”라는 말을 남긴다(닉 퓨리의 죽음은 영화 초반 벌어지며 이것은 아주 작은 스포일러에 불과하다).

<윈터 솔져>는 정통 SF판타지를 표방한다?

NO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첩보물에서 자주 사용되는 레퍼토리다. <윈터 솔져>는 히어로무비로선 특이하게 첩보물과 정치 스릴러물의 문법을 적극 차용한다. 제작자인 케빈 파이기가 참고한 작품 중 하나로 시드니 폴락의 <코드네임 콘돌>(1975)을 언급한 것은 <윈터 솔져>를 이해하는 결정적 힌트가 된다. <윈터 솔져>가 이색적인 건 또 있다. 마블의 그 어떤 히어로영화보다도 직접적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전방위적 정보수집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룬다. 제작자는 의도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이는 국가안보국(NSA)이 ‘프리즘’이라는 정보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민간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연상시킨다. 히어로 개인의 고뇌를 지금 이 세계의 고뇌로 확장한 것은 <퍼스트 어벤져> <어벤져스>와도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관객에게 지금의 이 세계를 근심하라고 말하는 <윈터 솔져>는 전에 없이 현실적인 히어로영화다.

캡틴 아메리카의 전투력은 업그레이드되었다?

YES 캡틴 아메리카의 무기는 방패다. 방패는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 무기다. 무기에서도 캡틴 아메리카의 성격은 잘 드러나는데, 캡틴 아메리카는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가 만들어준 이 무적의 방패 덕을 참 많이 보았다. 사실 <어벤져스>까지 그가 보여준 거라곤 방패 던지고 받기, 달리고 구르기 정도가 전부였다(종종 그의 주특기는 달리기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심지어 <윈터 솔져>의 첫 장면도 달리기하는 스티브 로저스다). 이번엔 다르다. 방패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격투기 실력도 부쩍 늘었다. 상승한 전투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캡틴 아메리카는 영화 초반부터 현란한 액션쇼를 선보인다. 쉴드의 배를 납치한 알제리 용병 배트록(전 UFC 웰터급 챔피언인 조르주 생피에르가 연기한다)과의 대결 장면이나 윈터 솔져와의 일대일 격투 장면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방패 없이 맨손으로 적들과 싸움한다. 스피드와 힘이 좋아진 것은 물론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능력까지 길렀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무장한 10명의 적이 맞짱 뜨는 장면, 닉 퓨리의 방탄차가 공격받는 장면, 자동차 추격 액션 시퀀스들, 헬리캐리어(항공모함)에서 펼쳐지는 공중 교전도 쾌감을 안겨준다. 모두 단순한 물량공세가 아니라 캐릭터와 지형지물의 특성을 파악해 정교하게 짠 액션 신들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스크린을 토니 스타크의 기술 시연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이언맨> 시리즈나 초능력이 난무하는 <토르> 시리즈와 달리 <윈터 솔져>의 액션은 보다 현실적이다. 그러면서 충분히 스펙터클하다.

굳이 아이맥스 3D로 보지 않아도 된다?

NO 아이맥스 3D로 한번, 2D로 한번 영화를 본 결과 <윈터 솔져>는 무조건 아이맥스 3D로 봐야 하는 영화다. <윈터 솔져>에는 의외로 공중전이 많다. 새롭게 가세한 캐릭터인 팔콘도 플라잉 슈트를 입고 공중전을 즐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헬리캐리어 전투 장면도 공중전이다. 가로로 화면을 넓게 쓰는 장면도 많아서 아이맥스 3D로 봐야 온전히 추격 신이건 추락신이건 파괴 신이건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윈터 솔져> 속 쿠키 영상이 예고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의 영화들이 캐릭터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에서 <윈터 솔져>는 <어벤져스> 1편과 2편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윈터 솔져>에는 어김없이 두개의 쿠키 영상이 따라붙는데, 그 중 첫 번째 쿠키 영상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일부를 예고한다. 이 쿠키 영상에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악당으로 출연하는 쌍둥이 남매,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와 퀵 실버(아론 존슨)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쌍둥이를 실험실에 가둔 바론 본 스트러커 박사도 나와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퇴장한다. “지금 시대엔 영웅이나 스파이 따윈 필요 없어. 기적이 필요하지. 기적보다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으니.” 현재 촬영 중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2015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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