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인류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다섯개의 분파(이타심을 바탕으로 국가 정치를 담당하는 애브니게이션, 용기를 미덕으로 치안을 담당하는 돈트리스, 뛰어난 지능으로 국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에러다이트, 평화주의자들의 집단인 애머티, 그리고 정직을 바탕으로 국가의 법을 제정하는 캔더)를 고안한 뒤, 해당 분파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분파별 행동 양식과 규범을 주입하여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모든 구성원이 열여섯살이 되면 자신이 평생 속할 분파를 적성 테스트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애브니게이션 분파에서 태어난 트리스(셰일린 우들리) 역시 적성검사를 받게 되고, 자신이 어떤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 ‘다이버전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돈트리스 분파를 선택한 트리스는 그곳에서 돈트리스 전사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받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에러다이트 분파의 지도자 제닌(케이트 윈슬럿)이 다섯 분파를 조종하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SF영화의 관객 몰입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아마도 얼마나 새롭고, 동시에 그럴듯한 세계를 창조해냈는가 일 것이다. 베로니카 로스의 3부작 소설(<다이버전트> <인서전트>(Insurgent) <얼리전트>(Alliegiant))의 첫 번째 이야기를 영화화한 <다이버전트>는 이러한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다섯 분파로 나뉜 인류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는 이상적 세계의 설정은 단순하고 도식적이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다. 여기에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 <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의 딸로 출연했던 셰일린 우들리가 예사롭지 않은 액션 신들을 선보이며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모습은 <헝거게임> 시리즈의 제니퍼 로렌스와 대적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다이버전트>는 동시에 SF시리즈 영화 1편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낯선 세계의 규칙을 설명하고, 세상을 구할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정작 이 영화만 떼어놓고 보면 이야기의 기승전결 중에서 ‘기’와 ‘승’만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영화 속 트리스처럼 실컷 두들겨 맞다가 주먹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링에서 내려오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