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슴에 묻어둔 잃어버린 아들 <필로미나의 기적>
2014-04-16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필로미나(주디 덴치)는 어릴 때 강제로 헤어진 아들을 항상 가슴에 묻어두고 있다. 과거 한 수녀원이 십대 미혼모였던 필로미나의 어린 아들을 빼앗아 마음대로 입양을 보냈던 것이다. 그 뒤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린 그녀는 결국 늦게나마 아들을 찾기로 결심하고, 필로미나의 ‘감동 휴먼 스토리’에 흥미를 느낀 프리랜서 작가 마틴(스티브 쿠간)과 함께 아들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간 이 여행은 결국 필로미나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놓는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더 퀸> 등을 만든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한 <필로미나의 기적>은 다양한 생각 거리를 한꺼번에 던지는 영화이다. 특히 특정 인물의 관점만 고집하지 않은 채 관객으로 하여금 필로미나와 마틴과 잃어버린 아들, 심지어 수녀들의 속마음까지 헤아려보도록 유도하는 담담한 연출은 인상적인 지점이다. 반면 뒤로 갈수록 인물들의 각기 다른 성격과 세계관은 조금씩 충돌을 일으키며, 감정의 진폭 역시 예상보다 커진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영화는 필로미나의 내면에 방점을 찍으며 관객이 직접 보지 못한 그녀의 지난 세월까지 짐작하게 만든다. 필로미나라는 캐릭터에 대해 억지로 해석을 내리기보다는 그 말과 행동이 어떤 삶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주디 덴치의 세심한 연기로 만들어진 필로미나의 웃음 섞인 눈물 연기는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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