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싱의 쾌감을 앞세운 <니드 포 스피드>의 목표 지점은 명백해 보인다. 2001년 발표 뒤 7번째 시리즈로 제작되며 승승장구하는 <분노의 질주>의 속도를 추월해보자는 것이다. 인기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를 원작으로 선정하고, 부업으로 클래식 카 정비소를 운영할 정도로 자동차광인 존, 조지 가틴 형제에게 시나리오의 집필을 도맡기는 등 세부계획도 꼼꼼하다. <니드 포 스피드>의 뼈대가 되는 경주는 최고의 슈퍼카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레이스 ‘데 리온’이다. 데 리온은 정비소에서 칩거하던 토비(애런 폴)가 결국 숙적 디노(도미닉 쿠퍼)와 펼치는 최후의 접전이다.
<니드 포 스피드>가 보여주려는 것은 결국 총동원된 진기로운 레이싱카의 향연과 화려한 레이싱 장면이다. 헬리콥터가 중계하는 비공식 길거리 레이싱 장면에서는 69년식 포드 그랜토리노, 68년식 체비 카마로, 66년식 폰티액 GTO 등 머슬카들의 활약을, 데 리온 경주에서는 포드 머스탱, 부가티, 맥라렌, 람보르기니 등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들의 질주를 선보인다. CG의 도움을 받지 않은 리얼한 카스턴트 장면 연출을 위해 스콧 워 감독은 40대가 넘는 각종 특수 카메라와 고성능 카메라를 총동원했다고 한다. 볼거리는 가득하지만 아쉽게도 <니드 포 스피드>의 체감 속도는 그닥 빠르지 않다. 토비의 상실감이 마치 게임 속 설정 버튼으로 만들어진 아픔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감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아무리 액션을 위해 고안된 스토리라고 하지만, 좀더 세심한 세팅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