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청년들 <10분>
2014-04-23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참 살기 힘들다, <10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게 남의 일이면 그냥 슬플 텐데 남의 일 같지 않아 아프다. 강호찬(백종환)은 공공기관인 한국 콘텐츠 센터에 인턴 직원으로 들어간다. 방송국 PD 2차 시험을 치른 호찬은 경험도 쌓고 돈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물론 호찬의 꿈은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기에 잠시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지하고 성실한 호찬은 밤샘 작업까지 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호찬이 일하는 부서는 지방이전사업팀이다. 함평으로 이주하게 된 센터에서 이전을 위한 사업 부서를 꾸린 것이라 임시 사무실은 좁고 어설픈 모양새다. 부장(김종구), 노조지 부장(정희태)을 비롯해 6명으로 꾸려진 부서는 단출하지만 제각각 인물들의 성격은 천양지차다. 사람 좋아 보이는 부장은 실은 노회한 인물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지부장은 알고 보면 복지부동하는 성격이다.

호찬은 뜻밖의 정규직 제안에 당황하다 현실의 안정을 선택하기로 한다. PD 2차 시험에도 떨어진 데다 집안 형편도 좋지 않은 처지에 꿈을 좇아다니는 것이 사치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뭘 하든 열심히 살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겠다고 여자친구에게 선언한다. 호찬의 아버지는 5년 전 명예퇴직한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놀고 있고, 호찬의 동생은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이다. 엄마 혼자 보험회사에 다니며 생계를 꾸려가지만 돈은 늘 턱없이 부족하다. 전세금 5천만원을 올려줘야 하고 동생 학원비도 밀려 있다. 정규직을 수락한 호찬은 퇴근 뒤 가족들 선물을 꼼꼼히 골라 한 아름 들고 온다. 다음날 아침, 장남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는 뿌듯한 기분에 신나게 출근한 호찬은 망치로 맞는 것 이상의 충격을 받는다.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책상까지 물려받았는데, 호찬이 아닌 송은혜(이시원)가 정규직으로 발령난 것이다.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의 주인공 은혜는 호찬과는 딴판이다. 밝고 명랑한 은혜는 모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며 당당하다. <10분>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청년들의 모습, 직장생활의 애환, 중산층의 생활고 등을 두루 보여주는 영화다. 호찬의 전임자는 “자기 일만 잘하면 돼”라고 조언하고 떠난다. 그러나 현실은 자기 일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기 일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다. 호찬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지진 대비 안전 훈련을 한다. 불과 1∼2분 정도 대피하는 간단한 훈련으로 오직 “안전한 위치 확보”만 하면 된다. 하지만 호찬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어려운 지시다. 지금 여기, 이 지시를 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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