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얻으려 애쓰면 더 많이 잃는 수렁 <멜로>
2014-04-23
글 : 나태양 (객원기자)

도무지 구제의 길이 안 보인다. 만년 취업준비생인 윤서(김혜나)는 가족과도 절연하고 살아가는 신세다. 그러나 구질구질한 인생에도 숨통 트일 기회가 한번은 오는 모양이다. 부러울 것 없는 재력과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갖춘, 게다가 건강한 연애관까지 지닌 태인(이선호)이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다. 초상화 모델 제의를 핑계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황홀하리만치 완벽하다. 물론 태인의 옛 여자가 등장해 둘 사이에 제동을 걸기 전까지 얘기다. 윤서에게 태인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전부 토해내고 시궁창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야 함을 뜻한다. 태인을 붙잡아둬야 한다는 윤서의 강박이 서서히 광기를 띠면서, <멜로>는 스릴러 장르로 궤도를 바꾼다.

윤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태인과의 무결한 사랑이다.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윤서는 태인에게만큼은 성녀처럼 헌신한다. 윤서는 얻으려 애쓰면 더 많이 잃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댄다. <멜로>는 점점 병적인 상태에 빠져드는 윤서의 심리를 비교적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 긴장의 템포는 빠르지 않고 뭉근하다. 덕분에 이야기는 일정한 흡입력을 지닌다. 다만, 스릴러 장르의 요소들을 만족스럽게 배합했다고 보긴 어렵다. 피가 튀고 살이 엉키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스릴러 장르 섭식자들이 입맛을 쩝쩝 다실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저예산 스릴러영화의 독특한 노림수 대신 전형적인 패턴을 답습하는 느낌이다. 단, 윤서의 이지러진 욕망을 이미지화하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