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파가니니 명곡의 재발견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2014-04-2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잘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삶을 극화한 작품이다. 니콜로 파가니니(데이비드 가레트)는 한 허름한 공연장에서 막간 공연을 하는 신세다. 파가니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를 하지만 그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그는 바이올린으로 동물 소리를 흉내내는 기예를 벌인 뒤에야 겨우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이런 그의 모습을 누군가가 의미심장하게 지켜본다. 그의 이름은 우르바니(자레드 해리스). 단번에 파가니니의 천재성을 간파한 그는 파가니니에게 성공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했던 버나드 로즈는 이번에는 파가니니의 (음악가로서의) 탄생에서 시작한다. 여기에서 감독은 우르바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힘의 대부분이 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우르바니는 오늘날로 치면 스타의 매니저라고 할 텐데 감독은 둘의 관계를 마치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처럼 그린다. 감독은 파가니니 역할에 전문배우가 아닌, 데이비드 가레트라는 실제 바이올리니스트를 출연시키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음악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리얼리티라고 할, 연주 장면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가레트는 연주 실력뿐만 아니라 방탕했던 과거를 가졌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자신인 듯 파가니니를 연기한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 등 명곡들을 재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루드비히>로 잘 알려진 배우 헬무트 베르거의 모습도 오랜만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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