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봤니, 이 영화] <수상한 그녀> 위키피디아- 캐릭터 코미디로서의 매력부터 한핏줄 영화까지
2014-04-26
글 : 이다혜
친구와 수다 떨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수상한 그녀>의 홈페이지 주소는 ‘flowerhalmae’로 시작한다. 그렇다, 꽃할매. 여행 떠나는 꽃할배, 꽃할매들의 이야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의 꽃다운 시절을 되돌리는 마법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의 할머니 혹은 아버지의 어머니가 아니라 꿈과 사랑에 설레는 한 사람의 여자로 할머니를 보게 만드는 신기한 영화. 이 영화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한핏줄 영화 <빅> 여러분, 공유와 이민정 주연의 드라마 <빅>을 떠올리시나요? 하지만 무려 공유, 이민정 말고도 수지가 등장했던 이 드라마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드라마보다 24년 전에 태어난 1988년 영화 <빅>이 바로 그 주인공. 드라마 <빅>의 원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톰 행크스의 리즈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빈치 코드>를 즈음해 할배에 무한히 가까워지고 있는 그지만 이때만 해도 젊고 귀여웠다는 것.

13살 난 개구쟁이 조슈는 어느 날 축제에 놀러갔다가 ‘졸타’라는 기계에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그런데 다음날 정말 30살 어른으로 변한 조슈를 본 어머니가 놀라 소동이 일어나자 집을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일자리를 찾다가 장난감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취직하는데, 어린이의 시각에서 어린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기획해 승진을 거듭한다. <수상한 그녀>에서 소원을 비는 기계 ‘졸타’는 바로 사진관이다. 가족들과 예전처럼 지낼 수 없게 된 할머니가 영정 사진이라도 찍어놓자 마음먹고 들어간 사진관에서 펑 하고 플래시가 터진 뒤 할머니는 소녀로 변한다. 그런 사진관이 정말 있다면 참 좋으련만!

서프라이즈 + 엔딩 + 카메오 영화 <써니>의 마지막 장면을 본 관객 반응으로 그 관객의 나이를 가늠할 수 가 있다?! <CAMPUS CINE21> 독자들은 아마도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어머니께 여쭤보라. 마지막 장면에 대해 5분은 족히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이다. 극중에서 주인공인 나미(심은경)를 미모로 압도했던 수지(민효린). 어딘가 서늘하고 사연 있어 보이던, 동네에서 가장 잘나가는 ‘킹카’ (웃지 마시라, 요즘엔 안 쓰는 말이지만 그때는 킹카가 동네에서 생긴 걸로 짱먹는 오빠라는 경외의 단어였다) 오빠조차 좋아했던 바로 그 예쁜 친구 수지. <써니>에서 어른이 된 나미(유호정)는 죽음을 앞둔 춘희를 위해 옛 친구들을 한데 모으기로 한다. 그런데 그 수지만큼은 찾지 못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 때문에 그 예쁜 얼굴에 큰 흉이 진 건 아닌지, 얼마나 예쁘게 컸는지 궁금해하던 관객에게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얼굴은 놀람과 감동을 안겼는데…. 그 얼굴은 바로 모델 윤정. 지금은 전혀 활동을 하지 않지만 도회적인 미녀 모델로 광고에 자주 등장했던 그녀. <수상한 그녀>에도 그런 마지막 서프라이즈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다만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어머♥”를 연발하게 될, 초등학생 이상이면 모를 수 없는 ‘그’가 등장한다는 것. 혹시 영화를 아직 안 봤을 독자를 위해 지금은 이름을 숨기겠지만, 본 사람이라면 크게 외쳐요! … 하지만 극장앞에서 외치면 미움받습니다.

이름이 왜 오두리여? 이쯤에서 족보 정리를 한번 해야 한다. 국민 어머니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나문희가 연기하는 역할은 오말순. 말순이 사진관에서 스무살 무렵으로 되돌아간 모습, 즉 심은경이 되었을 때의 이름은 오두리다. 극중 상황이 말순이 집에서 가출한 뒤 가족이 애타게 찾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말순은 자신의 이름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이름이 바로 자신이 동경했던, 여배우 오드리 헵번에서 따온 오두리. 이 영화에는 특이한 이름이 하나 더 등장한다. 말순 할머니의 손자 지하는 록밴드를 이끄는 리더인데, 문제는 그의 성이다. 이, 김, 박 같은 평범한 성만 되었어도 문제가 없었겠으나 그의 성은 바로 반.

노래 듣다 온몸으로 울었다며… <응답하라 1994>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다시 복고 음악이 선을 보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추억의 노래는 모두 세곡이다. 두리의 18번으로 나오는 세샘 트리오의 <나성에 가면>, 첫 무대에서 ‘반지하밴드’와 함께 풀어내는 김정호의 명곡 <하얀 나비>, 두리가 자신의 한 많은 인생을 대변하듯 풀어내는 채은옥의 <빗물>이 있다. 워낙 어르신들 노래라서 공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놀랍게도 <빗물>을 부르면서 젊은 시절의 말순이 고생하던 장면들이 지나가면 나도 울고 옆에 앉은 오빠도 울고 뒤에 앉은 아저씨도 운다. 진심어린 목소리와 애틋한 가사, 그리고 부르는 이의 사연이 하나가 되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보여주는 장면.

농담이 현실로 <써니>와 <수상한 그녀> 사이의 공통점은 몇 가지가 더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역시 심은경을 꼽아야 할것 같다. <써니>의 명장면이라면, 여학생들의 ‘맞짱’ 신을 빼놓을 수 없다. 심은경은 극중에서 전라도 벌교 출신 전학생을 연기하는데, 맞짱을 뜨는 순간 무기로 꺼내는 것이 바로 할머니에게서 전수받은 사투리욕 신공. 심은경은 마치 할머니 귀신에 씐 것 같은 신들린 할매표 사투리 욕연기를 선보여 장안의 화제가 되었는데…. <수상한 그녀>에서는 그 농담이 현실이 된다. 겉은 소녀지만 속은 할머니인 오두리를 연기하는 심은경은, 할머니 나문희의 표정과 감성을 기가 막히게 내면화한다.

캐릭터 코미디를 완성하는 조연들에 주목~ 이 영화에는 빵빵한 조연진이 있다. 말순 할머니의 손자 지하뿐 아니라 말순의 아들 현철(성동일), 며느리 애자(황정민), 손녀 하나(김슬기)가 있다. 거기에 더해 말순을 평생 사모해온, 옛날 말순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던 박씨(박인환), 박씨의 딸 나영(김현숙), 그리고 두리의 목소리에 반해 반지하밴드를 방송으로 영입하는 PD 승우(이진욱).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군가는 성동일이 병원에서 한 말에 눈물 짓고, 누군가는 박인환이 지은 표정을 잊지 못하고, 누군가는 김현숙의 대사에 웃고, 누군가는 이진욱의 행동에 두근거린다. 이야기의 앞뒤를 맞춰보면 엉성한 구석이 꽤 눈에 띄는데, 그럼에도 영화에 대해 수다를 이어가게 되는 것은 이 배우들이 그 빈 구석을 제법 촘촘하게 채워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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