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음모, 탈주. 유예된 어른의 천국 같았던 웨스 앤더슨의 세계가 하드보일드해졌다. 그의 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3월20일 개봉)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쟁 이전의 유럽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미스터리 어드벤처물이다. 눈 둘 바를 모르게 하는 화려한 미장센과 재기 넘치는 앤더슨 특유의 인물들은 여전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전작과는 어딘가 달라 보인다.
-유럽에서의 작업은 어땠나.
=추상적인 유럽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유럽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시작했다. 비록 이 영화가 우리가 알 수 있는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게 레이프 파인즈가 연기하는 캐릭터(구스타브)를 나와 가까운 유럽 친구를 바탕으로 구상했기 때문이다.
-일부 장면의 디자인을 보면 스탠리 큐브릭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영화의 특정 장면을 생각하며 작업하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과 작품들은 늘 문제의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배우들에게 <그랜드 호텔>(1932) 등과 같은 클래식영화를 보라고 권유했다던데.
=과거에 작업할 때도 그랬지만, 이 영화는 30년대 미국영화와 막스 오퓔스, 장 르누아르 등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중부 유럽출신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작품들이 큰 도움이 됐다.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누군가의 경험을 작품화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그의 몫이다. 내 생각을 미리 주입시키고 싶진 않다. 내 이야기가 실제 인생이 그렇듯 추상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