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김기덕의 스무 번째 영화 <일대일>
2014-05-21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용의자 7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7인에 의해 차례로 불려나와 지난 5월9일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자백하기를 강요받는다. 테러리스트 집단인 그림자들은 권력의 중심과 일대일로 맞서기 위해 과격한 폭력을 동원한다. 이들은 권력(공수부대, 경찰, 미군, 조직폭력배, 국정원 직원 등)의 가짜 복장을 입고 권력이 가한 수위를 능가하는 폭력을 용의자들에게 가한다. 피해자들이 권력의 옷을 입고 더 큰 폭력을 가하게 되는 서글픈 아이러니다. 영화는 10일 동안 10회차의 촬영으로 완성되었다. 감독, 각본, 제작, 촬영 모두 김기덕이 담당했다. 김기덕 사단의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 이어 마동석은 그림자7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수취인불명>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배우 김영민은 용의자1 및 기타 그림자의 가해자들로 등장하여 1인8역의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했다. 이이경, 조동인, 테오, 안지혜 등 젊고 가능성 풍부한 배우와 조재룡, 김중기 등 연기력을 갖춘 조연배우들의 뒷받침도 좋다.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이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에 대한 영화이며,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고백이자 자백이라고 제작 소회를 밝혔다.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며 대사의 분량도 상당하다. 직설적이고 교훈적인 대사가 많다는 평가들이 많지만, 상식적인 생각을 경직된 계몽성으로 읽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대화와 소통의 불투명성을 드러내는 방증일 것이다. 한국사회의 현실적 맥락을 끌어오되 여전히 김기덕은 작품 속에 자신만의 상징적이고 다의적인 미적 장치들을 촘촘히 박아두었다.

<일대일>은 김기덕의 스무 번째 영화다. 배우, 공동체, 동시대의 관객과 소통하며 감독이 자신의 세계를 깊고 풍부하게 개척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도발과 논쟁을 불러일으켜온 김기덕의 역동성도 여전하다. 작품은 상징적 폭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 폭력의 도착성, 권력의 추악함, 소시민적 근성, 자학적 합리화 이 모두를 끄집어낸다. 영화는 소녀 오민주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가려고 하지만, 불려나온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슬픈 탄식처럼 읽히는 성(姓)을 떼고 읽으면 소녀의 오롯한 이름은 우리가 상실해온 어떤 소중한 상징적 가치인 듯 들릴 것이다. <일대일>은 관객 각자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처절한 복수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파괴된 영혼들의 구원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김기덕의 영화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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