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승사자도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연락용이 아니다. 영(靈)을 전송하고, 소환하며, 때려잡는 저승사자의 만능무기, ‘소울폰’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령을 보는 꼬마강림이 이 신기한 소울폰을 손에 넣는다. 주인은 저승사자 강림도령. 전투 중 자신의 휴대폰 속에 갇히고 말았다. 꼬마강림은 도령을 풀어줄 생각보다 휴대폰을 가지고 놀기 바쁘다. 결국 강림도령이 잡은 유령을 소환하게 되고, 꼬마강림은 저승세계의 걷잡을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린다.
<고스트 메신저>는 총 6부작으로 계획된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2010년 비디오 판매용(OVA)으로 출시한 1화에 두 번째 편을 묶어 극장판으로 만들었다. 전편이 소울폰의 기능과 전통 설화에 기반한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에 치중했다면, 극장판에 추가된 2화의 전개는 사뭇 다르다. 부모와 친구가 없는 꼬마강림의 외로운 사정과, 다른 저승사자와 대치하는 도령의 비밀이 부각된다. 긴 제작기간 때문인지 전반부와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고, 전개의 반전을 꾀하는 지점은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그로 인해 <고스트 메신저>는 남은 이야기를 예고하는 서두의 인상은 주지만 완성된 에피소드로 보기는 힘들다. 해결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고스트 메신저>의 강점은 국산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작화의 밀도다. 전통적인 2D 제작방식에, 풀 3D를 활용한 독특한 귀신 캐릭터의 연출은 이질감이 적다. 서울을 그대로 옮겨놓은 3D 세트 구성도 생생한 현장감을 준다. 화려한 세계관을 살리는 것에 충실한 작화다. 이러한 정성이 완성된 서사에 녹아들지 못하고, 풍성한 볼거리에 그치는 점은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