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단순한 색채의 2D애니메이션 <스퀴시랜드>
2014-06-04
글 : 임정범 (객원기자)

‘스퀴시’는 알록달록하고 말랑말랑하다. 꽃, 보트, 풍선, 낙하산.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꾼다. 옥타곤사의 장난감으로 지상 최대의 부자를 꿈꾸는 옥타비아(김선혜)는 이런 스퀴시가 탐이 난다. 스퀴시랜드로 열린 차원의 문을 통해, 파란색 스퀴시 우피(남도형)를 꺼내지만, 우피는 변신의 귀재로 잡아둘 수가 없다. 옥타곤사의 삼엄한 경비에서 손쉽게 달아난 우피는 모험심 강한 엘리자베스(배정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스퀴시랜드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이 둘의 우정이 빚어내는 색다른 여정이 <스퀴시랜드>다.

<스퀴시랜드>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하는 모험담 공식에 충실하다. 무지개 빛깔로 채색된 배경, 욕심 많은 악당의 짓궂은 훼방, 다재다능한 스퀴시들의 귀여운 활약. 선악의 역할에 충실한 캐릭터들은 끝까지 아이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시퀀스마다 엘리자베스의 내레이션이 이야기 전개의 이해를 돕고, 단순한 색채의 2D애니메이션은 거창한 볼거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장난감 같은 스퀴시들의 친숙한 동작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화려한 3D애니메이션에 눈이 높아진 관객이라면 <스퀴시랜드>는 단조롭게 느껴질 법하다. 1990년대 미국 만화영화에서 볼 법한 단순한 작화는 <꼬마 유령 캐스퍼>의 귀여운 추억을 자극하지만, <몬스터 대학교>까지 졸업한 어린이라면 초라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눈높이를 낮춰 동심을 해치지 않는 순수한 서사와 고무인형같이 깜찍한 스퀴시를 마다하지 않는 미취학 아동이라면 괜찮은 만화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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