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영화는 음악을 타고
2014-06-04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2014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6월6일부터 홍대 상상마당에서
2014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포스터.

‘2014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가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6월6일부터 15일까지 펼쳐진다. 영화제는 4개 섹션으로 나누어지는데 ‘음악영화 신작전’을 제외한 나머지 섹션들의 주제는 ‘글램’(glam)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글램록은 1970년대에 출현하여 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글램록 뮤지션들은 화려한 옷차림과 독특한 화장을 하고 무대에 서서 젠더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이번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의 주제가 글램인 까닭은 글램록이 사용된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글램록이 사회문화적으로 끼친 영향과 파장을 되짚어보면서, 글램의 본질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영화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개막작 <벨벳 골드마인>(감독 토드 헤인즈, 1998)은 영화제 취지에 꼭 들어맞는 선택이다.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 팝을 모델로 글램록의 전성시대를 재현한 <벨벳 골드마인>은 이번에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무삭제 버전으로 상영된다. 개막작이 과거 글램록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폐막작인 <프란시스 하>(감독 노아 바움백, 2012)는 글램의 진정한 정신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프란시스 하>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무용가 프란시스의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들여다보는 흑백영화다.

이번 영화제의 섹션1은 ‘음악영화 신작전’이다. 최근 개봉한 <그녀>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등을 비롯해 <팝 리뎀션> <씨 없는 수박 김대중>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등 9편이 상영된다.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이야기인 <그녀>에서 주인공 와킨 피닉스와 스칼렛 요한슨은 듀엣으로 주제가 <Moon Song>을 불렀다. ‘글램’이란 소제목이 붙은 섹션2에는 글램록의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의 뮤직비디오 6편을 모아 상영하는 <The Next Day>, 1970년대 미국 하위문화의 아이콘 디바인에 관한 다큐인 <나는 여신이다>, 널리 알려진 뮤지컬 <물랑루즈>가 상영된다. 데이비드 보위의 뮤직비디오는 도덕과 일상을 전복하는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영상들로 채워져 있다.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데이비드 보위의 매력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섹션3은 ‘싱얼롱 낫얼론’으로 <Over the Rainbow>라는 주제곡으로 유명한 고전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부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까지 4편이 선정되었다. 이 섹션 상영작 중 지드래곤의 공연 영상을 담은 작품 <원 오브 어 카인드>와 메탈리카의 콘서트 필름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는 음악영화제 본연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섹션4는 ‘테이스터스 초이스’로 객원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으로 마련된다. 영화, 패션, 음악 분야에 종사하는 객원 프로그래머와 홍보대사인 모델 김원중은 공식 게스트로 영화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시간에 참여한다. 이 섹션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은 <몽상가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드라이브> <로렌스 애니웨이>로 다양한 취향의 작품들이 모여 있다. 틸다 스윈튼은 데이비드 보위의 뮤직비디오 한편에도 출연하는데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이번 영화제에는 심야상영과 클럽 파티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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