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을’이 된 히어로의 비애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더 라이징>
2014-06-18
글 : 임정범 (객원기자)

<기동전사 건담> <슈퍼 그랑죠>를 제작한 선라이즈에서 만든 <타이거 앤 버니>는 의외의 성공이었다.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히어로물은 미국 만화의 전유물이거나 전대물과 같은 낡은 장르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1년 방영된 TV시리즈 <타이거 앤 버니>는 ‘스폰서를 받아 경쟁하는 히어로’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마니아를 양산했다.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더 라이징>은 지난해 개봉한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에 이은 두 번째 극장판이다.

미래도시 슈테른빌트의 히어로들은 기업과 계약을 맺은 ‘샐러리맨’에 가깝다. 범죄현장에 히어로가 출동하면 <HERO TV>가 생중계하고, 그들의 활약은 곧 영업실적이 된다. 베테랑 히어로 코테츠(히라타 히로아키)와 신참 버너비(모리타 마사카즈)는 콤비를 이뤄 한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2부 리그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골칫덩어리다. 새로 부임한 회사 대표 슈나이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버너비 중심의 새로운 콤비를 구상하고, 코테츠는 히어로 리그에서 방출될 위기에 처한다. 전편이 TV시리즈 팬을 위한 서비스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극장판에서만 볼 수 있는 액션과 드라마의 진보가 엿보인다. 1분밖에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유부남 코테츠는 오직 이윤만 추구하는 회사와 대비되어 캐릭터 특유의 비장미가 더해졌고, 다른 동료 히어로들의 활약은 TV판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3D 연출로 액션이 한층 두꺼워졌다. 기존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길 만한 이번 작품은 ‘을’이 된 히어로의 비애와 화끈해진 액션의 조화가 살아 있는 히어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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