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퀴어 옴니버스’ 영화 <원나잇 온리>
2014-07-02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하룻밤’이라는 이 매력적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원나잇 온리>는 제목 그대로 딱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두개의 이야기를, <밤벌레>와 <하룻밤>이라는 두편의 작품으로 엮어낸 옴니버스영화다. <인생은 새옹지마>를 만든 김태용의 <밤벌레>는 인터넷 채팅으로 게이들을 불러내 호프집 사장과 짜고, 자신이 ‘관리’하는 게이 청년 훈(장유상)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밤벌레’ 한재(박수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재를 사랑하는 훈은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지만 한재는 훈의 마음을 버거워만 한다.

<밤벌레>가 조금 무겁다면, 김조광수의 <하룻밤>은 수능시험을 마친 세명의 게이 청년 근호(유민규), 용우(조복래), 상수(김리후)가 이제껏 꿈꿔오던 ‘판타지’를 실천에 옮기는 좌충우돌의 ‘원나잇’을 경쾌하게 담아낸다.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준(정원조)의 모습에 첫눈에 반한 근호는 진주에서 서울까지 단숨에 올라오지만 이 밤, 아픈 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퀴어 옴니버스’ 영화로 자칭한 <원나잇 온리>는 이제까지의 ‘퀴어영화’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데 힘겨워하는 한재나, 사랑 고백에 조심스러워야만 하는 훈이나 근호, 떳떳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고민하는 준의 모습은 ‘충분히 들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동성애 소수자들의 문제를 반복하는 데 그친다. 물론 <하룻밤>은 ‘고3’과 ‘게이’라는 두개의 사회적 억압 상황을 병치해놓음으로써 이들이 느낄 고립감을 직접적으로 형상화해냈지만 그리 새롭진 않다. 익숙한 이야기에 평면적인 인물들, 헐거운 서사구조도 무게감 있는 소재를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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