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 <숙희>
2014-07-09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윤 교수(조한철)는 철학과 교수다. 한때 신부가 되려고 했던 그는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으며, 학교에서도 원리 원칙대로 학생들에게 학점을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윤 교수는 강의 도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은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윤 교수를 간호하다 지친 아내는 간병인 숙희(채민서)를 고용한다.

영화는 윤 교수와 숙희를 두축으로 남자와 여자, 이성과 감정, 정신과 몸의 문제를 이야기해나간다. 이성과 정신을 대변하는 윤 교수 캐릭터에 비해 숙희의 캐릭터는 변화무쌍하다. 꽃을 좋아하고 손발톱을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이미지가 있는가 하면, 원하지 않아도 남편과 잠자리를 하는 순종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환자를 돌볼 때도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하다가도 일순 폭력적으로 그들 위에 군림하기도 한다.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만나는 지점은 남자가 정신은 깨어 있지만 스스로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제 윤 교수의 몸을 통제하는 것은 숙희다. 이성과 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던 윤 교수는 숙희를 거부하지만 차츰 몸이 반응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듯 <숙희>는 숙희라는 한 여자를 통해 보여주는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이자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탐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숙희를 갈망하던 윤 교수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왜 인간을 이렇게 만드셨나요?”라며 신에게 질문한다. 영화는 여자와 몸, 섹스를 넘어서 인간의 이성과 논리로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질문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