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순신이라는 거대한 이름 <명량>
2014-07-30
글 : 주성철

1597년 임진왜란 6년, 파면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12척의 배뿐이다.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이순신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의 회오리바다 울돌목으로 향한다.

김한민 감독의 전작 <최종병기 활>(2011)이 활이라는 무기 자체에 대한 탐구를 바탕에 깔고 남이(박해일)와 자인(문채원)의 멜로드라마를 중심에 놓았다면,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은 상영시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 시간가량의 해상전투다. 전투 장면의 긴박감은 물론이거니와 수없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도 저마다 그 안에서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이순신의 흔들림 없는 자존심 아래에서 그를 제압해 동생의 복수를 하려는 구루지마, 마치 그와 대구를 이루듯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는 수봉(박보검), 한양을 넘보는 왜군 수장 도도(김명곤)와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산속 전투를 벌이는 탐망꾼 임준영(진구) 등의 눈빛이 헤쳐 모인다. 역시 핵심은 해상전투다. 바다 위의 판옥선들이 펼쳐 보이는 일자진과 배 위의 끝없는 백병전, 그리고 왜군 저격수의 존재와 어떻게든 수군을 도우려는 백성들의 간절한 몸짓까지 1시간여 이어지는 해상전투(실제로는 8시간 정도 계속됐다)는 예상했던 대로 <명량>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외로 CG를 통한 기술적 재미보다 작전과 전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재미가 더 크다는 게 흥미로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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