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촬영 시 동물을 어떻게 대했을지도 고려했다
2014-08-15
글 : 윤혜지
사진 : 최성열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강민하 프로그래머

극영화 자막 번역 2014 <주온: 끝의 시작> 2009 <공기인형> 2006 <데스노트> 2005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04 <하나와 앨리스> 외 다수

애니메이션 자막 번역 2012 <에반게리온: Q> 2010 <고 녀석 맛나겠다> 2009 <썸머워즈> 2006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2004 <하울의 움직이는 성> 외 다수

“영화제가 동물보호운동을 펼칠 수는 없다. 우리의 역할은 영화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똑소리난다.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이하 동물영화제)의 강민하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다. 덮어놓고 영화제를 홍보하는 대신 목적은 또렷하게, 한계는 분명하게 밝힌다. 올해 두돌을 맞은 동물영화제는 자연과 인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꿈꾸어보고자 하는 취지 아래 만들어졌다.

강 프로그래머가 동물영화제에 프로그래머로 참여한 건 올해 1월부터다. 첫회 동물영화제에선 일본영화 코디네이터로만 일했다. “미무라 준이치의 <북극여우 이야기>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여러 가지로 돕다 보니” 올해는 프로그래머까지 맡게됐단다. 갑자기 프로그램을 총괄하게 되니 “굉장한 고뇌”가 찾아왔다. 국내엔 얼마 없는 동물 관련 영화를 끌어모았고, 온갖 영화제를 뒤져 꼼꼼히 상영작을 추렸다. 하지만 ‘동물’영화라고 무조건 오케이인 것은 아니다. “가급적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동물과 인간의 공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영화를 고르려 했다. 극영화의 경우 촬영 시 동물이 힘들었을 것 같다거나 연출에 이용당했다는 느낌이 들면 배제했다. 초청한 감독들에게 촬영 환경을 직접 물어본 경우도 있었다.”

올해는 시급한 이슈들을 집중 조명하는 영화들로 구성된 클로즈업 섹션이 더욱 보강됐다. “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문제들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표다. 동물 유기 문제라든지 보호센터로 간 동물들이 어떤 식으로 최후를 맞이하는지, 동물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 각국에선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대해 다양한 경우를 보여주고 싶다.” ‘반려동물 산업의 현주소’, ‘동물이 행복한 동물영상촬영’ 등 각종 세미나와 부대행사도 주제가 뚜렷하고 구성이 알차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로선 이제 막 첫발을 뗐지만 그는 15년간 일본어 자막 제작 및 통/번역 일을 해온 영화인이다. 1997년 일본 쓰다주쿠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1년 동안 <씨네21>의 일본 통신원으로도 활동했다. 당시는 일본영화가 국내 수입이 안 될 때였고 훌륭한 영화들도 쏟아져나올 때라 “기사 거리”가 넘쳐났다고 한다. 이타미 주조의 자살 속보도 빠르게 국내에 알릴 수 있었다. “당시엔 인터넷이 없어서 원고지에 써서 팩스로 송고할 때였다. 유학생이라 팩스도 없어 매번 학교 사무실에 가서 보내곤 했다. (웃음)” 귀국해선 영화제를 돌며 통역으로 일했고, <에반게리온: Q> <공각기동대> <썸머워즈> 등 대표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막 제작을 도맡았다. 최근엔 이와이 슌지 감독 신작의 프로듀서로 또다시 ‘업종 변경’을 계획하고 있다.

“‘저게 되겠어?’ 하던 분들도 조금씩 반려동물 문제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내세우고자 하는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우리처럼 작은 영화제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피마사지 도구

“정말 이상하게 생겼죠?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스멀스멀’이라고 부를까요?” 눈을 빛내며 직접 두피마사지 시범까지 보인다. 고된 일에 지쳐 “피곤할 때 한두번씩 아래위로 쓱쓱 두피를 마사지해주면 순식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소소 시원해진다”는 신기한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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