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팀 2007 <열세살, 수아> <어린왕자>
미술팀장 2014 <해무> 2013 <관상> 2012 <도둑들> 2011 <푸른소금> 2010 <하녀> 2009 <요가학원>
“무슨 영화였는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미술팀원으로 첫 작품을 하던 때였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래서 중도하차했다. 한마디로 도망간 거지. 아… 이거 우리 팀원들한테 한 번도 안 한 이야기인데 어쩌지? 나처럼 도망가면 어떡하나? (웃음)” 하지만 옛이야기 알면 좀 어떤가. 결국엔 용감하게 돌아왔고 <하녀> <도둑들> <관상> <해무>에 이르기까지 미술이 중요했던 한국영화 현장마다 꿋꿋하게 있지 않았던가. 2005년에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한 배정윤 미술팀장은 같은 과 친구들처럼 “박사가 되거나 큐레이터가 되는 길” 대신에 무작정 영화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첫 번째는 실패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련이 많이 남더라. 영화에 대한 내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그때 오히려 잘 알게 된 거다”. 그렇게 해서 진짜 데뷔작 <열세살, 수아>로 다시 미술팀 일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요가학원>이 결정적이었다. 이때부터 이하준 미술감독 밑에서 미술팀장으로 일했고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해무>까지 줄곧 함께 해오고 있다. “한두 작품 하고 팀이 해체되는 게 보통인데 우리는 <요가학원> 때 만났던 팀이 지금까지 거의 같이 오고 있다. 특별한 경우다. 미술이 단순히 세트만 만드는 작업이 아닌 연출, 촬영, 조명, 의상, 분장 등과 어떻게 조율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인지를 가르쳐주셨다.” 그렇게 함께해온 작품들, “실제 촬영지는 여러 곳이었지만 한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여야 했던 <도둑들>”, “여름에 겨울 신 찍고 겨울에 여름 신 찍어서 준비할 게 많았던 <관상>”, “미술의 관여도가 워낙 높아서 훗날 한번쯤 더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 <하녀>”에 이르기까지 배정윤 미술팀장에게는 그간의 작품들이 전부 소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은 <해무>”다. 꼭 최근작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녀가 활기에 차서 말한다. “<해무>는 배 안에서 거의 모든 일이 벌어지는 영화 아닌가. 그러다 보니 미술작업에서 복잡한 공정들이 많았다. 실제 바다에 띄우는 배, 대형 수조에 띄우는 똑같은 모형의 배, 그리고 배 내부의 실내 세트. 제일 뿌듯했던 건 실내 세트였다. 그걸 보고 스탭 몇명이 그러더라, 전에 촬영할 때 썼던 배 일부를 잘라서 갖다놓은 거 아니냐고. 나무로 전부 새로 만든거였는데 말이다. 똑같아 보였다는 말 아닌가. 그때 정말 뿌듯하더라.”
경력을 말할 때는 쑥스러워하지만 현장에서의 일들을 말할 때는 활기에 가득 차는 배정윤 팀장은 아무래도 현장 체질이지 싶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참여한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감동에 벅차오르거나 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의 컨셉과 디자인 그대로 세트가 나오고 그 세트 안에서 스탭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고 있을 때, 그때 문득 성취감을 느낀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거 때려치워 말아 그러다가도 말이다. (웃음)” 역시, 돌아오길 잘한 거다.
여행
잘 쉬어야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작품을 끝내면 충전(!)을 위해 항상 여행을 간다. 편히 쉬고 싶을 때는 휴양지로, 색다른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는 역동적인 곳으로. <해무>를 마치고 나서는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번지점프 인증숏을 보여주고 싶지만, 워낙 부끄러운 자세로 뛴 것이라, 다른 사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