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인 기철(송재림)은 여자친구인 유경(이시원), 세희(정시연), 영민(이재희), 그리고 중간에 합류한 은주(정유미)와 함께 아버지가 고급 리조트로 개발 중인 탄광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탄광촌에 도착한 일행은 리조트 관리자인 동준(연우진)에게 숙소 열쇠를 받고 기철의 동생인 혜영(우희)이 터널 안에서 벌이고 있는 파티장으로 향한다. 파티 도중 한때 광부였던 김씨(손병호)가 나타나 일행을 향해 이곳을 떠나라며 경고한다.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일행은 어쩔 수 없는 사고로 김씨를 죽이게 되고 시신을 탄광 깊은 곳에 버리지만 출구가 막힌 그들은 터널 속에 갇힌다.
<터널 3D>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공포라는 영화 장르에 도전한 3D 영화다. 기획단계에서부터 2D에서 3D로의 컨버팅이 아닌 풀 3D 촬영으로 제작됐다. 한국영화가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공포와 3D의 만남이라는 이 매혹적이지만 쉽지 않은 숙제에 <터널 3D>가 명쾌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영화에 서스펜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포감을 유발하려는 장면들은 주로 서스펜스보다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에 의존한다. 아찔하게 관객에게 날아오는 곡괭이 등 3D 효과는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3D 공포를 위한 연출력과 맞물리지 못한다. 극적 긴장감은 힘이 떨어지고 김씨가 거울에서 튀어나오는 장면 등 CG의 완성도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부족한 점들을 메워주는 것은 바로 정서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인물이라기보다는 터널이라는 폐쇄된 공간이다. 가도 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곳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며 시간이 멈춘 듯 그 자체가 기억의 덩어리인 공간이다. 김씨의 검은 피로 시작된 공포는 기나긴 터널의 어둠과 맞물리며 이후 일행의 관계와 욕망에 투영된다. 그 빠져나갈 수 없는 기억의 공간 속에서 중년의 정서와 20대의 정서가 묘한 접점을 만들며 섞인다. 영화의 삽입곡인 김희애가 불렀던 <나를 잊지 말아요>가 대변하듯 영화는 우리 모두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잊힌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과 숙명을 담아낸다. 그 속에는 시대가 있고 계급과 자본이 있고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위한 실존의 몸부림이 있다. 그 몸부림의 애처롭지만 끈질긴 끈은 기나긴 터널의 끈과 맞닿아 있다. 명쾌한 모범 답안은 아닐지라도 한국의 3D영화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성장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3D 공포영화의 문을 연 그 도전과 뚝심은 인정할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