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니껴’는 ‘왔습니까’라는 뜻의 안동 사투리다. 두 중년 남녀가 비슷한 시기에 고향 안동에 도착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호출을 받은 혜숙(심혜진)은 안동에 급히 내려온다. 알고 보니 혜숙의 어릴 적 친구 택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어머니가 혜숙을 부른 진짜 이유였다. 혜숙은 그곳에서 첫사랑 기주(전노민)와 재회한다. 둘은 짧은 인사만을 나눈 채 헤어진다. 장례식이 끝나고 혜숙이 서울로 돌아가려는 찰나, 정말로 어머니가 쓰러진다. 이 때문에 혜숙은 오랜만에 안동에 머물며 과거의 기억을 하나둘 복기해낸다. 안동은 한국에서 독특한 지방색을 지닌 도시 중 하나다. 그것은 이제는 낡은 것이 된 전통적인 것과 주로 관련된다. 영화는 부모와의 갈등으로 고향을 떠난 혜숙과 기주가 이제는 죽거나 늙은 부모 세대와 화해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전통과의 화해를 그린다. 장례식이 결혼식으로 탈바꿈되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의 죽음이 그 자식 세대를 불러들이고 자식 세대는 다시 손자, 손녀에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전통이 계속될 것을 영화를 빌려 염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지켜야 할 전통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 새로운 세대, 나아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야기 택시’를 제시한다든지 안동의 문물을 조명하려는 시도는 흥미롭지만 이것이 단지 소재적인 사용에 그칠 뿐 영화에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전통’이라는 이름 위에 앉은 케케묵은 먼지를 떨어내기에는 영화 내적인 힘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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