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암흑으로 변해가는 도시를 구하라 <닌자터틀>
2014-08-27
글 : 주성철

의협심 강한 슈퍼히어로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페퍼로니 피자와 시니컬한 농담을 즐기는 장난기 가득한 10대 거북이 영웅들은 심심풀이용 그림에서 시작됐다. 1984년 코믹북 아티스트였던 피터 레어드와 케빈 이스트먼이 세상 모든 짐을 다 짊어진 것 같은 황폐한 영혼의 당시 슈퍼히어로들을 패러디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그린 만화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 어린이용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뒤 게임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첫 번째 영화화된 스티브 바론 감독의 <닌자거북이>(1990)는 전세계적인 흥행 성공을 거두며 3편까지 만들어졌고, 가장 최근에는 케빈 먼로 감독의 3D애니메이션 <닌자거북이 TMNT>(2007)로도 이어졌다. 매 시리즈 이런저런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12세 눈높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는 변함없이 지켜져왔다. 마이클 베이가 제작하고 메간 폭스가 출연한 <닌자터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뉴욕은 악당 슈레더와 그가 이끄는 조직 ‘풋 클랜’이 장악해버린 후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로 변해버렸다.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비밀을 캐내기 위해 <채널6>의 기자가 된 에이프릴(메간 폭스)은 카메라맨 번(윌 아넷)과 함께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자체적인 조사에 나선 에이프릴은 슈레더와 손잡은 사업가 에릭 삭스(윌리엄 피츠너)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하수구에 살던 ‘닌자 터틀’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라파엘, 미켈란젤로는 암흑으로 변해가는 도시를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다.

음습한 하수구가 아닌 대낮의 도시와 빌딩에서 화려한 3D CG 액션을 벌이는 닌자거북이들의 모습은, 시리즈 고유의 색깔을 되살렸다기보다 마치 최근 개봉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원 플러스 원’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아서일 것이다. 또한 그와 완전히 떼놓을 수 없는 메간 폭스가 주연을 맡음으로써 이 이야기가 마치 ‘백설 공주와 일곱 거북이’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월드 인베이젼>(2011), <타이탄의 분노>(2012) 등을 만든 조너선 리브스먼 감독은 과거 시리즈가 회를 거듭하며 다소 날카롭고 어둡게 변모한 것과 달리, 돌연변이 닌자거북이들의 입담과 테크닉을 살려내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설원에서의 엎치락뒤치락 추격 신은 단연 백미다.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할 관객이 거북이들의 개성을 각각 인지하며 빠져들기에는 무리지만, 3D 액션을 기대할 관객의 킬링 타임용으로는 무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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