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환각과도 같은 순간의 연속 <찰리 컨트리맨>
2014-08-27
글 : 주성철

시카고에 사는 찰리 컨트리맨(샤이아 러버프)은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달래고자 무작정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비행기 옆자리에서 자신을 위로해주던 중년 남자 빅토르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하면서 여행은 꼬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친절했던 그 남자의 유언을 전하기 위해 그의 딸 게비(에반 레이첼 우드)를 만나게 되고, 찰리는 그녀가 운명적인 사랑임을 예감한다. 하지만 게비는 루마니아의 악명 높은 마피아 나이젤(매즈 미켈슨)의 연인이기에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찰리는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급기야 두 친구 칼(루퍼트 그린트), 룩(제임스 버클리)과 함께 들른 클럽에서 찰리는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면서 클럽의 주인인 다르코(틸 슈바이거)를 알게 되는데, 그 또한 나이젤과 심상치 않은 관계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 뚝 떨어진 남자의 혼란. <찰리 컨트리맨>은 어딘가 식상해 보이기도 하는 그 테마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비행기 옆좌석의 남자가 갑자기 죽질 않나, 부쿠레슈티에서 만난 친구들은 맥주에 엑스터시를 타질 않나, 심지어 마음이 뺏겨버린 여자는 마피아 보스의 연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론 위즐리’ 루퍼트 그린트가 ‘역변’한 모습을 보는 것조차 혼돈으로 다가올 지경이며, 뭔가 사태를 파악하기에도 벅찬 순간 죽은 엄마의 환상도 등장한다. 감독의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영화는 내내 수수께끼처럼 느껴지고 그 어느 것도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한 남자의 혼란에 더해지는 것은 흡사 ‘보스의 정부를 사랑한 부하’라는 컨셉의 서브 텍스트다. 매즈 미켈슨과 샤이아 러버프는 그 흥미로운 관계 속에 놓여 있지만 다소 약한 느낌이다. 한편, 팜므파탈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모호한 게비의 존재도 그렇지만, 서로 다른 층위들이 뒤엉킨 <찰리 컨트리맨>은 말 그대로 상영시간 내내 환각과도 같은 순간의 연속이다.

프레드릭 본드 감독은 자신의 이전 경력을 과시하듯 <본 얼티메이텀> O.S.T로 유명한 모비와 M83의 사운드트랙으로 어루만진 뮤직비디오같은 장면들이 종종 어떤 인상을 남기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찰리 컨트리맨의 혼돈처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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