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는 해상전투 시즌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많았다. 여기에 해적단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원피스> 시리즈가 마지막 출사표를 던진다. <원피스: 에피소드 오브 메리~또 하나의 동료 이야기~>는 <원피스> 시리즈가 그려온 동료애라는 주제가 절정에 달한 에피소드다. 몇 차례 해상전투를 치른 뒤 여기저기 상처난 고잉메리호. 여느 때처럼 수리한 뒤 다시 출항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밀짚모자 해적단에 고잉메리호로는 더이상의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사망 선고가 떨어진다. 모두가 충격에 휩싸인 사이, 선장 루피(다나카 마유미)는 고잉메리호를 떠나보내기로 한다. 우솝(야마구치 갓페이)은 그런 루피에게 강하게 반발하며 급기야 결투를 신청한다.
고잉메리호 이야기는 <원피스>의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이름난 에피소드다. 도입부에 우솝이 고잉메리호에 대해 알지 못하는 브룩에게 설명하는 방식의 회상구조를 사용, 원피스를 처음 접하는 관객까지 무난하게 포용한다. <원피스> 팬이라면 우솝 옆에서 장단을 맞추는 쵸파의 심정으로 느긋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겠다. 고잉메리호와의 이별 이야기와 함께 동료 로빈의 구출 스토리를 엮으면서 동료와의 이별이 또 다른 동료를 되찾는 것으로 귀결되는 스토리 라인이 강조됐다. 배를 생명체로 의인화하는 방식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 마지막 해적단의 감정 폭발 장면에 대한 공감도가 크다. 마치 여름의 끝을 알리는 것 같은 시의적절한 해상 작별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