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7일부터 9월6일까지,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제71회의 닻을 올리고 영화의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영화제이지만, 일흔한살을 살고도 근성 있게 예술성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의 경향을 소개하면서 ‘깜짝 놀랄 만한’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했다. 그는 최종 55편의 신작을 소개하기 위해 “1500편의 장편과 1600편의 단편을 섭렵해야 했다”면서 “깜짝 놀랄 만한 영화제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영화제의 경향이기도 했던 “동시대의 위기”라는 주제를 올해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동시대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이 다수 소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자코모 레오파르디, 알베르 카뮈, 윌리엄 포크너, 필립 로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등의 문학가에 포커스를 둔 영화들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이례적 행보도 눈에 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에비에이터>를 비롯한 3편의 영화로 세번의 오스카상을 거머쥔 영화 편집자 텔마 스쿤메이커와 39편의 다큐멘터리와 2편의 장편 극영화를 만들며 다이렉트 시네마의 미학을 실천해온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여했다. 또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영화감독이 아닌 영화음악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게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한편, 한국영화는 모두 세편이 초청받았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놓고 겨루는 공식경쟁부문인 베니치아71에는 후보작을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낳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 오리종티 장편부문에서, 임권택 감독의 <화장>이 비경쟁부문에서,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이 베니스 데이즈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2012년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뫼비우스>와 올해 <일대일>로 3년 연속 영화제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