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세영(박주희)은 ‘사악한 느낌’이 난다. 깨진 컵의 조각을 입으로 씹고, 날카롭게 깎은 연필로 자신의 손을 찍는다. 그녀에 대한 수상한 소문이 도는 직장에서 한이선 팀장은 유독 그녀를 밉살맞게 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세영이 ‘일을 못 끝내면 손가락을 걸자’는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집까지 쫓아와 손가락을 자르니 이선은 극심한 공포감에 시달린다.
<마녀>의 공포는 세영의 이해되지 않는 신경증적인 행동에서 비롯된다.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계속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고, 반복적으로 자해를 한다. 이런 양면적인 연출이 세영의 병리적인 내면을 부각하기 위해선지 인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지는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애초에 사이코가 주는 공포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선이 세영의 괴담을 조사하는 과정에 드러나는 것은 그녀가 주위 사람에게 건 저주와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인데, 이것은 영화 전반부에 세영 스스로가 보여준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유영선 감독은 사이코 스릴러의 서사를 취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인물의 애정결핍에 주목한다.
결국 <마녀>는 한국 공포영화가 반복해왔던 실수, 공포와 드라마를 모두 가져가려다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처럼 느껴진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배우 박주희의 냉랭한 연기다. 시종일관 서늘하게 긴장된 표정을 유지하는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가 드라마가 아닌 공포물임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