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뉴욕의 쓸쓸함을 감싸안다 <지골로 인 뉴욕>
2014-09-24
글 : 주성철

뉴욕에서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책방을 운영하던 머레이(우디 앨런)는 특별한 부탁을 받는다. 피부과 전문의 파커(샤론 스톤)에게서 친구 셀리마(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남자를 찾아달라는 것. 이에 머레이는 과묵하지만 부드러운 매력의 휘오라반테(존 터투로)에게 의향을 묻는다. 그 기회를 통해 휘오라반테는 여인들의 고독한 영혼에 자기만의 ‘능력’으로 마법을 부리는 치유자 ‘지골로’로 거듭난다. 젊은 미망인 아비갈(바네사 파라디)은 유대인의 규율에 억눌린 삶을 살던 중, 머레이의 권유로 휘오라반테를 찾는다.

영화가 시작하면 고서점이 있는 뉴욕 뒷골목을 무대로 우디 앨런의 수다가 펼쳐진다. “귀한 책을 구하려는 사람 자체가 귀하다”라며 서점을 닫기로 한 그는 과묵한 휘오라반테에게 새 세상 혹은 짭짤한 새 수입원을 일러준다. 게다가 흑인 부인과 자식들을 둔 설정으로 등장하는데, 지골로가 뭐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작곡가나 작사가처럼 선율에 몸을 맡긴다”라며 ‘음악업계 종사자’라는 우스꽝스런 궤변도 늘어놓는다. 자신의 영화에서처럼 맛깔나는 ‘폭풍 수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골로 인 뉴욕>을 우디 앨런 영화의 번외편처럼 보이게 만든다.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존 터투로가 <원초적 본능>(1992)의 샤론 스톤과, ‘미드’ <모던 패밀리>의 섹시한 부인 소피아 베르가라를 동시에 매혹시키는 지골로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골로 인 뉴욕>은 뉴욕의 쓸쓸함을 감싸안으며 ‘주변을 돌아보라’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사랑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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