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단짝 친구와의 삼각관계 <베리 굿 걸>
2014-09-24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릴리(다코타 패닝)와 제리(엘리자베스 올슨)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단짝 친구다. 적극적이고 밝은 제리와 달리 릴리는 덜 나서고 더 고민하는 편이다. 대학교 입학 직전 여름방학, 두 친구는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청년 데이빗(보이드 홀브룩)에게 동시에 마음을 빼앗긴다. 자신의 마음을 친구에게 금방 털어놓은 제리와 달리 이번에도 릴리는 그저 입을 꾹 닫아버린다. 그러나 데이빗은 릴리에게 더 호감이 있는 눈치다. 데이빗의 적극적인 구애에 릴리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가 데이빗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제리에게 힘든 일이 일어난다.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제리의 옆에 있어주지 못했음을 깨달은 릴리의 죄책감은 배가 된다.

<허공에의 질주>의 각본가로 이름을 날린 시나리오작가, 나오미 포너의 늦은 연출 데뷔작이다. 가족과 성장을 어우른 이야기에서 <허공에의 질주>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삼각관계 스토리를 소녀와 성인 사이에 낀 주인공의 현재와 얽어냈다는 것이 차별화된 지점이다. 영화는 스무살 무렵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이인 동시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나이로, 독립하고 싶은 동시에 누군가에게 의존하려 하는 ‘사이의 나이’로 그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스물에서 하나 모자란 열아홉의 영화라고 하는 편이 적절해 보인다. 그 나이 때의 심리와 감정이 릴리의 캐릭터를 통해 잘 드러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천천히 성장하는 다코타 패닝의 현재는 작품 속 캐릭터와 묘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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