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B급 좀비물’ <좀비스쿨>
2014-09-24
글 : 임정범 (객원기자)

칠성학교는 외딴섬에 있다. 문제아들이 갇혀 있는 이 학교에 새로운 학생들이 끌려온다. 국회의원 딸 혜나(하은설), 패싸움만 벌이던 정식(백서빈), 경찰에 걸린 철기(배민수)이다. 학교는 느닷없이 나타난 돼지의 난동으로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칠성학교의 선생들은 전학생을 “쓰레기”라고 부르며 폭력을 일삼고, 선생에게 대드는 전학생들의 소심한 반항만 이어진다. 그러다 교장은 난동을 부리는 돼지를 잡다 엉덩이를 물리고 좀비가 되고 만다. 이때부터 선생과 제자간의 충돌은 좀비와 사람간의 생존싸움으로 치닫는다.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좀비스쿨>의 진행은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억지가 학원물이 아닌 좀비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블랙코미디처럼 연출된 선생들의 과장된 연기나 돼지에 물려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은 영화 안에서는 위화감을 주지만 ‘B급 좀비물’이라는 장르의 범주 안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공식에도 불구하고 <좀비스쿨>은 색다른 변주보다 장르 자체를 충실히 복기하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 겉멋 든 반항아의 학원물은 10년 전의 한국영화보다 상투적으로 재현되고, 학생을 노리는 좀비선생의 활약은 몇십년 전 할리우드 B급 좀비와 비교해도 남다른 매력이 없다. 정식과 혜나가 과정도 없이 사랑에 빠지고, 돼지가 왜 좀비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장된 설명이 더해지는 동안, 기대 이상의 고어 액션만이 인상에 남는다. 가혹한 학교를 풍자한다는 주제의식이 오히려 과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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