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 순간의 실수 <리저너블 다우트>
2014-10-01
글 : 장영엽 (편집장)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품을 만한 의심을 뜻하는 법률 용어다. 동명의 제목을 가진 <리저너블 다우트>는 순간의 실수로 인해 일생일대의 곤경에 처한 검사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재판마다 승승장구하는 검사 미치(도미닉 쿠퍼)의 삶은 완벽하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검사, 가정에서는 든든한 가장인 그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차로 귀가하던 어느 날 실수로 사람을 친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치는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를 두고 달아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는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잡혔다는 뉴스를 본다. 검찰은 미치가 낸 사고의 가해자로 몰린 데이비스(새뮤얼 L. 잭슨)를 1급 살인죄로 기소하려 하고, 재판을 맡게 된 미치는 혼란에 빠진다.

한순간의 실수로 사람을 죽인 뒤 잘못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와 그런 그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리저너블 다우트>는 여러모로 올 상반기 개봉한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살인 이후 주인공에게 닥쳐오는 수많은 위기와 임기응변적 대처 방식을 지켜보는 것이 <끝까지 간다>를 보는 즐거움이었다면, 이 영화의 미덕은 자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조금씩 무너져가는 남자의 모습을 차분하게 조명했다는 데에 있다. 동료의 농담과 업무상 통화, 다시 말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갑자기 자신을 겨냥한 의미심장한 제스처로 느껴질 때, 삶은 지옥이 된다. 예측 가능한 반전보다 일상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몇몇 장면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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