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25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4년간 열애 중인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은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에 성공한다. 눈만 마주쳐도 달아오르던 열정적인 신혼 기간이 끝나자 오해와 반목, 질투와 권태가 출렁이는 따분한 일상이 이어진다. 사회복지 9급 공무원 영민은 아내의 잔소리로 가득한 일상을 떠나 시를 쓰는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싶다. 때때로 그는 아내가 아닌 낯선 여자와 나누는 아찔한 성적 판타지에 빠져들기도 한다. 한편 미술학원 강사 미영은 시에 빠져 자신을 방치하는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끼지만 이를 대체할 자신만의 열정을 찾아내기도 힘들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전업주부였던 미영은 미술학원 강사로 맞벌이를 하게 됐다. 영화에는 친구와 이웃들의 사정을 통해 이혼, 재혼, 비혼 등 다양한 방식의 커플 결합방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의 자리에는 조정석과 신민아가 나섰다. 밉지 않은 철부지 남편 역의 조정석과 평범한 미술학원 강사 아내 역의 신민아는 풋풋하고도 능청스러운 신혼부부 역할에 제법 잘 어울린다. 원작의 앙상블을 능가하기란 어렵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원작은 신혼부부가 겪음직한 소소한 갈등과 화해를 오밀조밀한 세트에서 진행되는 공감 가는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였다. 리메이크작은 이명세 감독의 오리지널에 대한 창조적 재연이라기보다 충실한 모방에 가깝다. 형식, 음악, 정서, 신혼집 세트의 분위기 등 거의 대부분에서 새로운 점은 없다. 달리 말해 안전한 원작의 흥행 요소에 기댄 만큼 무리수도 적단 말이다. 오해로 점철된 프러포즈 장면에서부터 집들이 사건, 자장면 참극까지 유명 장면들은 대개 재활용된다. 원작에서 영민의 출판사 상사로 등장하는 윤문식과 전무송이 25년 만에 특별출연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현실의 결혼생활에 내재된 화해 불가능한 모순을 응시하진 않는다. 다만 가공된 세계 속의 전형적 남녀가 겪는 예측 가능한 갈등을 극복해가는 안전한 판타지일 뿐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소시민의 삶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보여준 코미디 <효자동 이발사>(2004)로 데뷔한 임찬상 감독의 10년 만의 작품이다. 감독의 영화라기보다 배우의 영화에 가까우며, 그 이전에 오리지널에 대한 복고적 오마주 성격이 짙다. 그렇기에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담백하고 유쾌한, 딱 그 정도의 리메이크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