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도입부에 짧게 등장한 애나벨 사건에 초점을 맞춰, 1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거슬러간다. <컨저링>의 제임스 완이 제작자로 참여했고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의 촬영감독 존 R. 레오네티가 연출을 맡았다.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신혼부부 존(워드 호튼)과 미아(애나벨 월리스)가 빈티지 인형을 집으로 사들인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오네티는 1960, 70년대의 상황을 고증하는 데 신경 쓰면서 사건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인다. 초반부는 공포영화라는 편견을 버리고 본다면 당대의 미국 실내극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흔들의자, 턴테이블, 재봉틀, 아날로그 TV 등의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움직임과 사운드는 주요 공포유발 요소인 동시에 시대의 표지로도 작용하며 향수 어린 공포의 세계를 완성한다. 반면 집 안의 사물들이 자동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은 ‘신들린 물체’라는 전근대적인 공포를 표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견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전작에서 퇴마사가 있던 자리를 신부가 대신하면서 악마와 신이라는 고전적인 대결구도로 후퇴한 측면도 있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영혼과 육체의 관계 문제는 원형에 가까운 의문점이기도 하다. 미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어쩌면 이것이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여성의 정신병리학적 공포에 관한 것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등, 다중적인 해석의 여지를 내포한 텍스트는 이 영화의 욕망이 단순히 말초적 공포감을 자극하는 데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야기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닐지라도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눈과 귀를 붙잡아두기에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