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6살 소년이 18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 <보이후드>
2014-10-22
글 : 송경원

시련을 거쳐 껍질을 깨고 어른이 된다는 공식은 이야기 세계에나 존재하는 환상이다. 먼지처럼 숱한 매일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자신이 지나온 길에 쓰러져 있는 일상이란 이름의 엄청난 수의 도미노 행렬을 발견하는 법이다. <보이후드>는 그 지난한 과정을 촘촘히 이어 붙인 일기장 같은 영화다. 6살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가 사는 텍사스 집엔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와 싱글맘 올리비아(패트리샤 아퀘트)가 함께 산다.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음악을 한다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이따금 찾아올 뿐이다. 메이슨과 사만다는 엄마를 따라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만 한다.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보이후드>는 6살 소년이 실제로 18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는 프로젝트다. 12년 동안 매년 만나 15분 분량을 촬영한 영화에는 소년 메이슨이 대학을 들어가는 18살까지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이 차례대로 쌓인다. 넘쳐나는 말의 성찬과 언어유희, 시간의 틈을 메워주는 유머, 사건의 중심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카메라, 시간의 흐름을 가늠케 해주는 절묘한 음악 등 링클레이터 스타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시간의 흐름 그 자체이며 누군가의 성장 ‘과정’은 이윽고 나의 이야기로 체험된다. 시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영화적 화답이자 영화사에 기록되어 마땅한 기념비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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