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년 하루타와 소녀 칸나(나가사와 마사미)는 단짝이지만 서로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칸나 앞에 새로운 남자친구가 등장하고, 하루타의 마음은 조급해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루타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던 칸나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하지 못한 채 8년의 시간을 보낸다. 마음이 굳게 닫힌 칸나 앞에 우연히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로쿠(오카다 마사키)가 등장하고, 둘의 상처는 공명하기 시작한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를 만들었던 신조 다케히코 감독이 ‘순정만화’의 대가 이쿠에미 료의 동명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한번에 설명한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십대 소년 소녀의 핑크빛 감성에, 지울 수 없는 비밀스러운 상처를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20대의 ‘사랑-성장담’을 한번에 묶어낸 이 영화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일본식 감성 멜로’영화의 귀환을 보는 것 같다.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반복 재생산하는 일본의 신기한 능력이 항상 궁금하지만, 영화만 떼어놓고 본다면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이때 핵심은 이미 알려진 익숙한 이야기와 에피소드마다 넘쳐 흐르는 수많은 감정을 어떻게 ‘영화’라는 그릇에 담아낼 것인가다. 수편의 ‘로맨스영화’로 다져진 내공으로 감독이 선택한 전략은 두명의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와 오카다 마사키의 캐스팅이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순간순간이 로맨틱한 감성으로 잘 봉합된 것도 이들의 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