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고기를 좋아하는 스님 지월(원태희)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여신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 절에서 쫓겨난다. 아픈 엄마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탁발을 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술에 취한 연화(차승민)를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그 ‘인연’은 돌이킬 수 없는 죄로 이어지고, 죄책감을 씻기 위해 지월은 연화의 동생 연서(차승민)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난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광신도 집단에 속해 있는 연서에게 지월은 또 한번 욕망을 느끼게 되고, 죄책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엄마는 창녀다>와 <바비> 등으로 ‘파격과 센세이션’의 감독이 된 이상우의 신작 <지옥화>는 지난 4월 ‘제한 상영가’ 판정으로 소란을 일으켰지만, 다행히도 어떤 장면도 삭제되지 않은 채 4년여 만에 개봉하게 된 작품이다. 섹스와 폭력에 대한 거칠 것 없는 묘사가 일으키는 불편함이나 반감을 걷어낸다면, 영화는 오히려 순진해 보일 만큼 단순하다.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해 끊임없이 고통받는 여성들도,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죄를 저지르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성들도, 그런 여성과 남성이 살기 위해 매달리는 종교(들)의 구원에 대한 텅 빈 약속도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녹아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도, ‘일인이역’이라는 고난이도 배역과 높은 수위의 노출에 대한 심적 부담,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담아내는 데 실패한 시나리오 등의 여러 ‘악조건’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큰 요인 중 하나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영화는 편집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절에서 쫓겨난 지월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대신 지월의 심리 상태를 좇아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된 듯 퍼즐처럼 던져진다. 덕분에 관객은 지월이 왜 필리핀에 있는 연서를 찾아가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승려였던 그가 기독교 광신도들 속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 영화 중반이 지난 다음에서야 지월이 연화에게 저지른 끔찍한 사건이 플래시백으로 불려오는데, 이때 플래시백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의도적으로 희미하게 지워져 있어 마치 지월의 죄가 계속해서 현재에도 반복되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지옥도’라는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