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의 세 번째 장편영화 <다우더>는 한 모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영화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지만 어딘가 신경질적인 엄마(심혜진)는 사춘기 딸 산이(아역 현승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금욕적 삶을 강요한다. 남편과의 불화를 딸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엄마와과 관계 속에서 산이는 흔들리는 성장기를 겪는다. 이후 성장한 산이(구혜선)는 자신의 임신을 확인하지만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덜됐음을 느낀다. 그녀는 병으로 죽음을 앞둔 엄마를 찾은 후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제목 ‘다우더’는 딸이라는 영어단어를 거칠게 발음한 것이라고 한다. 엄마와 딸들이라는 여성의 공감대에 대한 영화이지만 그 초점은 주로 딸인 산이에게 맞춰져 있다. 아무리 분위기와 감성의 영화라 하더라도 등장인물 설정의 도식성이 영화를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통해 엄마의 사연이 더 궁금해지는데도, 어쩐지 딸 산이를 이해해주기를 너무도 갈망하고 있다는 영화의 욕망은 쉽게 드러나고 만다. 바스트숏 위주로 인물의 감정에 섬세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읽히나, 그 감정조차 오려진 듯 가공적이다. 속악하고 처연한 현실마저 몽환적인 촬영으로 담아낸 순정 소녀의 자기도취적 성장담처럼 보인다. 감독이자 배우 자신이 몰입하고 있는 주관적 세계에 집중하기에 다소 공감이 어렵기도 하다. 감독 구혜선의 소통 가능한 생산성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