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톱모션애니메이션 명가의 세 번째 작품 <박스트롤>
2014-11-05
글 : 송경원

치즈마을 지하에 박스트롤들이 살고 있다. 착하고 순박한 박스트롤들은 험악한 외모 탓에 오해받아왔다. 빨간 모자 일당은 박스트롤을 괴물로 몰아붙여 영웅이 되려고 한다. 박스트롤과 함께 자란 소년 에그(아이작 햄스터드 라이트)는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소녀 위니(엘르 패닝)와 함께 빨간 모자 일당의 음모를 깨부수고 박스트롤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박스트롤>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명가 라이카 스튜디오의 세 번째 작품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은 겨우 세번 만에 이 분야의 마스터피스에 도달했다. 전작들에 비해 한층 나아진 묘사는 이제 세밀함을 넘어 자연스러운 영역에 접어들었는데, 영국 작가 앨런 스노의 동화 <Here Be Monsters!>를 바탕으로 꼼꼼히 구현한 고딕 호러풍의 배경과 기괴한 분위기가 의외로 정겹다. 험상궂게 생겼지만 속마음은 착하기 이를 데 없는 트롤들처럼 음산한 배경과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다양한 질감의 퍼펫들이 선보이는 자연스런 움직임에는 CG와는 다른 느낌의 두터운 입체감이 살아 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인형을 다듬고 한 프레임씩 찍는 과정의 지난함을 단지 애정이란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박스트롤>은 ‘생명을 부여한다’는 애니메이션의 어원 ‘animatus’를 새삼 상기시키는 영화다. 라이카의 애니메이터들은 있는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창조했다. 디즈니와는 또 다른 차원에 펼쳐진 꿈과 환상의 세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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