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방랑무사와 매력적인 고양이의 아이러니한 동거 <고양이 사무라이>
2014-11-26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에도시대 말기, 무쌍일도류 검법의 정식 승계자이며 일명 ‘악마 마다라’라 불리는 무사 큐타로(기타무라 가즈키)가 정식 영주무사로 복귀하기를 꿈꾸며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다. 고향인 가가번에선 아내와 그의 딸이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큐타로는 집세를 낼 여유조차 없는 상태다. 이렇듯 빈곤한 상황으로 내몰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타고난 무서운 얼굴에 대비되는 상냥한 마음씨 때문에 그는 차마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뛰어난 검술에도 불구하고 큐타로는 집에서 우산 만드는 일로 소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요네자와파(애견파)의 2인자가 그를 찾아와 기묘한 제안을 한다. 도시를 양분하는 상대방 아이카와파(애묘파)의 고양이를 죽여달라는 부탁으로, 새로 부임한 판관의 고양이와 아이카와파의 흰 고양이가 혼인하면 권력이 이전보다 줄어들까 염려해서다. 고양이를 죽이러 저택에 숨어든 큐타로, 하지만 그날 밤 고양이를 죽이지 못하고 몰래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방랑무사와 매력적인 고양이의 아이러니한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의 원작은 동명의 일본 TV드라마로, 지난해 가을 <BS후지>에서 12부 분량으로 방영되었다. 원작의 설정과 일부 상황을 빌려와서 영화는 ‘애견파와 애묘파의 대립’이라는 커다란 줄기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고양이를 비롯한 주인공 캐스팅은 기존과 동일하다. 하지만 감독을 비롯한 조연과 제작진은 전부 새로운 인물들로 구성된다. 연출을 맡은 야마구치 요시타카는 미이케 다카시의 조연출로 입문해 데뷔작 <아르카나>(2013)로 초자연적 스릴러를 추구하는 듯 보였으나, 이번 영화를 통해 오히려 따스한 드라마 장르에 더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도드라진 특성은 없지만 영화는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괜찮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물론 고양이에 애정이 있는 관객이라면 더욱 각별한 작품이 될 것이다. 평범한 퓨전 사극의 플롯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고양이의 움직임만으로도 즐거울 요소가 곳곳에 많기 때문이다. 특히 다마노죠를 연기한 고양이 아나고의 캐스팅이 절묘하다. 드라마에 이어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다마노죠는, 아나고 외에 다른 두 마리의 고양이들이 번갈아 연기했다고 한다. 화면에서 그들의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빨간 끈을 목에 두르거나, 눈을 깜빡이며 윙크하는 다마노죠의 모습에 그야말로 관객은 ‘심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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