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4주년을 맞은 씨네큐브가 제6회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칸국제영화제 수상작과 예술영화 화제작을 개봉 전 미리 만날 수 있는 행사로, 11월27일부터 12월3일까지 일주일간 기획전 형태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된다. 매섭게 날선 바람을 상쇄할 정도로 초청작 프로그램 면면은 화려하고 열정적이다. 다르덴 형제와 프랑수아 오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등 세계적 거장들의 신작이 다수 포진해 있다.
첫 번째 부문 ‘칸의 선택’ 섹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자비에 돌란의 <마미>다. 이번 영화에서 돌란은 데뷔작 <나는 엄마를 죽였다>(2009)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모자간의 관계’를 폭발적 드라마로 변형해 내놓는다. 소재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깊이감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감독 특유의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리듬에, 새로운 관계의 방정식이 더해진 결과다. 특히 후반부 전개의 몰입도가 여느 작품보다 높다. 줄리엣 비노쉬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또한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어느덧 60살을 맞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하는 중년의 여배우의 시점을 빌려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창조적 사랑’이라는 본질적 삶의 가치가 마침내 여배우의 눈에 비친 알프스의 구름을 통해 서서히 관객에게 전해진다.
두 번째 섹션 ‘거장의 새로운 이야기’에서는 미셸 공드리의 신작 <무드 인디고>를 만날 수 있다. 보리스 비앙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로맹 뒤리스와 오드리 토투가 맡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암흑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까지 따스한 온도를 유지한다. 복고풍의 기발한 미술 효과와 초자연적이고 시적인 이미지들, 영화를 지배하는 꿈의 몽환적 아이디어가 불러온 효과는 크다. 한편 이시이 유야 감독의 <이별까지 7일>은 하야미 가즈마사의 자전적 소설 <모래 위의 팡파르>를 각색한 작품으로, 공드리와 동일한 ‘죽음’을 다루지만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낸다. 낙관적인 결말에도 이 작품이 지닌 드라마의 무게는 무겁고 어두우며, 기품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임종을 준비하는 어머니 곁에서 가족은 엄숙함과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성장해간다.
미국과 프랑스의 예술적 독립영화 두편 역시 흥미롭다. 세 번째 섹션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모티브’에 초대된 네드 벤슨의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와 네 번째 섹션 ‘낭만의 도시 파리로의 여행’에 소개되는 필립 가렐의 <질투>가 화제의 작품들이다.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는 비틀스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프로젝트로, 애초에 ‘그’와 ‘그녀’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두편으로 나뉘어 완성되었던 영화다. 이번에 소개되는 버전은 두 작품의 조합이며, 심리적 표현에 있어 여느 멜로드라마들보다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사건의 내부에 숨겨진 원인 때문에 한 부부의 내면이 황폐해진다. 이 과정에서 제임스 맥어보이와 제시카 채스테인이 연기하는 주인공들의 심리가 돋보인다. 흑백이지만 수채화의 느낌을 주는 영화 <질투>의 주인공은 필립 가렐의 아들 루이 가렐이 맡았다. 짧은 사랑을 뒤로하고 가혹한 일상을 맞는 남녀 커플의 이야기가 남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질투라는 이름의 멍, 그 주요한 감정이 대위법을 통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