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는 ‘워킹걸’ 아니, ‘워커홀릭’이다. 연기 하나 집중하기도 힘들 텐데, 얼마 전 앨범 ≪귀요미송2≫를 내며 가수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1년 동안 준비했던 책 <클라라의 시크릿>도 냈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엔 레깅스 사업을 시작해 직접 디자인 작업도 떠맡고 있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워킹걸>(1월8일 개봉)에서 그가 연기한 난희와 똑 닮았다. 섹스숍을 운영하며 ‘엔조이’의 즐거움을 전파하지만, 경영난 때문에 마케팅의 귀재 보희(조여정)와 동업하게 되는 그다. 인생을 바꾼 프로야구 시구 이후,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클라라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영화는 봤나. 어땠나.
=감독님께서 난희를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조여정 언니와의 호흡도 괜찮게 나왔고. 무엇보다 영화가 재미있었다. 기자님은 어땠나?
-야할 줄 알았는데 로맨틱 코미디더라.
=아하하. 코드가 야한 쪽으로만 쏠리진 않았다. 그렇지? 그래서 되게 만족스러웠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오난희는 어떤 여자던가.
=평소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언니처럼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약간 망가지면서도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모습. 또 실제 성격과 잘 맞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고. 아무래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으니까. 난희가 그런 캐릭터였다.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프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여자였다.
-주연을 처음 맡았는데 부담감이 많았을 것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주연을 맡아본 적이 없어 오히려 용감했던 것 같다. 역할에 충실했고, 선배님들의 조언을 받으며 현장을 즐겼다. 다음 작품부터는 부담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성인용품 가게를 운영한다는 설정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부담스럽진 않았나.
=설정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본다. 자그마한 것에 연연하면 할 수 없는 게 많아진다. 아직 해보지 못한 배역들이 너무 많아 여러 역할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
-촬영할 때 정범식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 같다.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기 전날, 감독님으로부터 미리 얘기를 들었다. 연기 코치까지 받아가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난희는 말이 많거나 무언가를 많이 보여주는 역할은 아니다. 조여정, 김태우 선배님 사이에서 잘 어우러져야 하는 캐릭터다. 그 테두리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난희의 모습이 있었다. 성 전문가라고 해서 난해해 보이거나 유치해 보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분들을 안 좋게 묘사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아름답고 귀엽게 보여주기 위해 거울 앞에서 목소리 톤과 눈빛을 연습했다.
-눈빛과 목소리 톤을 참고했던 모델이 있나.
=김혜수 선배님. <타짜>에서 보여준 그 위엄. 감독님은 항상 시선을 분산시키지 말라고 주문하셨다. 또렷이 응시하고, 잔 움직임은 적게. 그런데 어려웠다. 원래 제스처가 많은 성격이라 로봇이 된 기분이었다. (웃음)
-난희는 자유분방한 성 관념을 지녔지만 그런 성향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은 여자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사람하고 섹스한 지 5년이나 됐고. 공감이 되던가.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했다. 나 역시 부모님과 항상 떨어져 지냈다. 그때 느꼈던 외로움을 난희를 통해 표현했다. 난희처럼 사랑에 대한 갈망도 큰 데다 연애를 안 한 지 3, 4년이 되어가고 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마음이 아프고, 그러면서 난희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경험했던 감정과 비슷해 촬영하면서 애착이 많이 갔겠다.
=그래서 조금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섹시한 이미지만 원하는 시선들이 부담스럽진 않나.
=노출을 그렇게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워킹걸>의 난희도 노출이 있고, 섹시한 캐릭터다. 그렇다고 마냥 섹시하게만 그려지진 않는다. 조여정 언니한테 조언을 구할 때는 귀여운 모습도 있고, 고경표씨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섹시한 모습도 있다. 클라라가 가진 여러 색깔을 최대한 소비하고 싶었다. 섹시한 이미지라도 결국 작품 안에서 내가 어떻게 연기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앨범 ≪귀요미송2≫를 출시하면서 가수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아버지(그룹 코리아나의 멤버 중 한명인 가수 이승규다.-편집자)는 딸이 부른 노래를 듣고 뭐라고 하시던가.
=아빠는 뭐든지 ‘예스’다. 뭐든지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보라고 하신다. 항상 격려와 서포트만 해주신다. 큰 힘이 되고, 용기를 많이 얻는다.
-클라라는 세례명이라고 들었다.
=본명이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큰이모가 딸 낳으면 지으라고 주신 이름이다. 여권에도 클라라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본명으로 알려진 이성민은 어떻게 지은 이름인가.
=한국에 와서 지은 이름이다. 한국 이름을 써야 하는 줄 알았고, 8, 9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땐 클라라라는 가수도 있어서 한동안 이성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미국에서 생활했던 어린 시절은 어땠나.
=연기나 연예인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한국 매니지먼트사로부터 명함을 많이 받았다. 엄마가 무조건 한국 가자고 하셨다. 딸을 연기자로 키우고 싶었던 게 엄마의 꿈이었다. 학업도 마치지 못한 채 한국으로 온 게 스무살 때였다.
-한국으로 온 걸 후회하진 않았나.
=처음에는 엄청 후회했다. 8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으면서 그냥 공부 마치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름이 알려지면서 기회들이 많아졌다. 레깅스 사업도 하고 있는데 내 이름이 많은 도움이 된다.
-레깅스는 많이 팔리나.
=클라라 하면 건강미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아 그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시구로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지 무명 시절이 길었다. 조급해 하진 않았나.
=포기할 생각도 했다. 8년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5년 했는데도 안 되면 내가 퀄리티가 없는 거지, 그런 생각을 했다. 사춘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까닭에 한국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떤 말투를 써야 할지 몰랐다. 그저 회사에서 조언해주는 대로 행동했는데 그건 내가 아니었다. 로봇 같았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이미지에 안 좋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을 받다보니 말이다. 그때 시구가 터진 거다. 그러면서 이름도 클라라로 바꿨다. 클라라가 나 자신이니 내 이름과 모습으로 1년만 해보자 했다. 여러 매체에서 활발하고 건강하게 보여주고 있는 지금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다.
-일이 잘 안 풀렸더라면 다시 미국으로 갈 생각이었나.
=그럼. 다시 의상 디자인 공부를 하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연애하는 평범한 대학 생활이 되게 그리웠다.
-학창 시절 어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나.
=마냥 옷이 좋았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공짜로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웃음)
-어느 인터뷰에서 “대중의 관심이 월급이고, 없으면 퇴직”이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대중의 관심을 너무 의식하는 건 아닌가.
=대중의 사랑이 없으면 내가 없는 거잖나. 8년간의 무명 시절 동안 대중의 사랑이 항상 그리웠다.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감사하지만, 사랑이 어디까지 갈까 그런 생각도 든다.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그 사랑이 지속될 거라고 믿는다.
-스스로를 좀 내려놓으면 편할 텐데.
=그러기에는 일이 너무 즐겁다. 오히려 집에 있으면 아프다. 할 일 없으면 뭐하지, 그러고. (웃음) 일을 해야 에너지를 받는 체질이다.
-요즘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오나.
=할리우드쪽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 2015년 꿈이 할리우드 진출이다.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액션영화. 안젤리나 졸리나 <어벤져스>의 히어로 같은 역할. 장쯔이처럼 악당을 한방에 때려눕히는 강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