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를 <어벤져스>에 초대해주지 않았다.” 위 문구와 함께 전신주에 쓸쓸히 기대어 앉아 있는 스파이더맨의 패러디 사진이 인터넷상을 떠돌아다닐 때가 있었다. 마블 스튜디오가 아닌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원작의 판권을 가진 탓에, 아이언맨과 토르와 헐크 등이 포진해 있는 마블 유니버스에 합류하지 못하는 스파이더맨의 비애를 풍자하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거미인간의 이 서러웠던 시절도 안녕을 고하게 됐다. 지난 2월9일 소니와 마블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발표하며, 스파이더맨이 마블 유니버스의 새로운 영웅으로 합류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소니와 마블의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스파이더맨은 마크 웹이 연출을 맡았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아니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 놓일 마블의 슈퍼히어로영화(어떤 작품이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5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유력하다고 영미권 매체들은 예상하고 있다)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그런 다음 2017년 7월28일 40억달러의 예산이 책정된, 새로운 감독과 배우로 구성된 새로운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영화가 출격하게 될 거라고 소니와 마블은 밝혔다. “이 새로운 단계의 협업은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이름)의 이야기를 미래로 데려다놓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소니픽처스 사장 더그 벨그라드는 말했고, 마블의 수장 케빈 페이지는 “마블과 팬들이 수년간 손꼽아 기다려왔던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스타인 스파이더맨의 귀환은 앞으로 출격 대기 중인 마블의 영화들을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강력하다. 거미인간의 마블 시대를 열어젖힐 2017년의 첫 스파이더맨 영화를 위해, <토르: 라그나로크>는 7월에서 11월3일로 개봉일을 옮겼고, 11월3일에 개봉할 예정이었던 <블랙 팬서>는 같은 해 7월6일로 개봉일정을 조정했다. 스파이더맨은 과연 마블 월드에 ‘어메이징’한 영향력을 가져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