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14년간 함께한 자식 같은 스폰지밥
2015-02-26
글 : 윤혜지
사진 : 오계옥
<스폰지밥 3D> 전태열 성우

“얘들아 안녕~ 난~ 스폰지밥이야!” 특유의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스폰지밥, 전태열 성우다. 전태열 성우는 서울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졸업 뒤 1998년 EBS 성우 공채 17기로 데뷔했다. EBS 전속성우로 3년을 채우고 프리랜서로 전향하자마자 평생의 친구 ‘스폰지밥’을 만나 14년간 스폰지밥의 목소리를 도맡아왔다. 미국 니켈로디언사와 바이어컴인터내셔널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스폰지밥 네모바지>를 EBS에서 수입해 <네모네모 스펀지송>으로 방영한 것이 최초의 국내 버전이다. 재능TV에서 다시 수입해 같은 제목으로 방영하다 2011년부터는 <스폰지밥 네모바지>라는 제목으로 최종 변경됐다. 2월18일 개봉하는 <스폰지밥 3D>는 육지로 올라와 ‘3D 실체(!)’를 갖게 된 스폰지밥의 모험을 다룬다.

-6전7기로 성우가 됐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이 ‘와꾸’, 아니 이 ‘테두리’로는 배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웃음) 목소리가 신선하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성우에 도전했고 준비기간까지 해서 8년 동안 시험을 치렀다. 결국 여섯번 만에 합격했다.

-경력이 벌써 17년이나 됐다. 데뷔작 첫 녹음 때가 기억나나.

=성우로 갓 입사하면 무생물, 그러니까 바위, 바람, 나무가 의인화된 캐릭터를 연기한다. 2년차가 되면 생물을 할 수 있다. 대신 동물이다. 3년차에 비로소 ‘사람’이 된다. (웃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내 데뷔작도 바람이나 바위가 아니었을까.

-그중 14년 동안 스폰지밥 목소리 연기를 했다. 앞서 조개 소년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맞다. 겹치기 출연이었다. (웃음) 전속성우 시절 EBS 시리즈에서 물고기1, 물고기2를 하다 조개 소년까지 하게 됐다. 그 뒤 프리랜서로 전향하고나서 재능TV 시리즈에선 스폰지밥을 맡게 된 거다. 프리랜서로 막 새 출발한 시기에 덜컥 주인공이 되니 부담감에 잠을 못 자겠더라.

-이젠 스폰지밥이 가족 같겠다.

=가끔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 말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이 스펀지를 써도 될까. 이런 자식 같은 스펀지를. (웃음)

-처음과 지금의 스폰지밥 목소리가 달라지기도 했나.

=처음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웃음) 햇병아리 시절 스폰지밥 연기를 시작했을 땐 무조건 크고 귀엽게만 하려 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새 시리즈 들어갈 땐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하고 싶어서 힘을 조금 뺐다. 그런데 최근 시리즈를 하며 다시 모니터링해보니 그건 또 너무 맥이 없더라. 스폰지밥의 특징은 발랄함인데. 그래서 음역대를 조금 더 높였다. 결국 시리즈마다 미묘하게 달라지게 됐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거듭해 보는 관객은 목소리 바뀐 걸 다 알더라. 뜨끔했다.

-직업병도 있을까.

=보통 “아줌마, ‘쏘주’ 한병 주세요”라고 할 것도, 목소리 잔뜩 깔고 “아주머니, ‘소주’ 한병 주십시오”라고 할 때가 있다. (웃음)

-프리랜서라고 하니 평상시 출근 복장이나 출퇴근 시간도 궁금하다.

=음, 언제나 편한 차림이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출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집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마주쳤다. 인사하려는데 아주머니가 대뜸 “어이, 아저씨! 오늘 아파트에 페인트칠 했어요?”라고 하시는 거다. 아저씨가 사모님 옆구리를 팍 찌르시더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세입자라고 해명해주셨다.

-목소리는 어떻게 관리하나.

=뜨거운 음료를 선호한다. 술은 가끔 하지만 맥주는 아예 안 마신다. 입사하면서 담배도 끊었다. 사람 많은 곳이나 지하는 먼지가 많아 피하는 편이다. 공기 나쁜 데를 가면 귀신같이 코와 입에서 신호가 온다. 집에선 항상 생강, 대추, 오미자를 넣고 끓인 물을 마신다.

-막상 얘기해보니 목소리가 진중한 편이다.

=지금은 녹음기를 앞에 두고 있어서 목소리를 깔고 있는 중이다. 평소엔 스폰지밥이랑 똑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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