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강한나
2015-03-03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순수의 시대>

영화

2015 <순수의 시대> 2013 <우는 남자> 2013 <친구2> 2013 <동창생>

드라마

2013 <미스코리아>

인터뷰 연습이라도 하고 나왔나보다. 하나를 물으면 그다음 질문까지 예상해 술술 대답한다. <순수의 시대>에서 시종일관 몸에 힘을 준 모습 때문에 과묵할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럼에도 강한나는 “원래 말 많은 성격은 아니니 할 말이 많았나보다”라고 해맑게 웃었다. 장편영화는 <친구2>(감독 곽경택, 2013),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 2013), <동창생(감독 박홍수, 2013)에 이어 이제 겨우 네편째인 데다가 주연은 처음인 그에게 신하균, 장혁, 강하늘 등 남자 셋 사이에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책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순수의 시대>에서 강한나가 맡은 가희는 아슬아슬한 여자다. 뭇 남성들의 마음을 대번에 뒤흔들 만큼 빼어난 미모와 치명적인 춤솜씨를 갖춘 기녀다. 국경 지대에서 여진족을 토벌하고 개선한 장군 김민재(신하균)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김민재는 다른 장수로부터 능욕당할 위기에 처한 가희를 구한다. 그 일을 계기로 가희는 김민재를 마음의 주인으로 정하고, 목숨을 걸고 절개를 지켜 그의 사랑을 얻는다. 물론 어린 시절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에게 접근한 게 진짜 목적이다. 하지만 김민재와 사랑에 빠지면서 가희는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갈등한다.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라는 설정만 보고 요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한나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가희를 복합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더욱 재미있는 건 시나리오를 수없이 정독했는데 읽을 때마다 가희가 달라 보이는 거다.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감정과 엄마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목적이 상충될 때, 감정과 목적 어느 하나 앞세워서는 안 되는 상황이 특히 어렵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에서 독한 모습만 보여줬던 다른 지원자들과 확실히 다른 해석이었다. 청바지와 남방 차림으로 “상처 있고, 부드럽고, 깍듯한 면모를 다양하게 표현”한 강한나는 “겉으로는 강하게 보여도 속은 한없이 여린, 외강내유 캐릭터”를 찾던 안상훈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노출 신이 출연을 결정하는 데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강한나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감정과 상황이 잘 표현됐다. 그래서 노출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고 대답할 만큼 배짱도 두둑했다.

마땅한 레퍼런스가 없었던 까닭에 강한나는 가희 캐릭터를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나가야 했다. “가희를 움직이게 만든 건 어머니를 잃은 상처”라고 판단해 “그녀의 상실감을 이해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사망 뒤 2년간 쓴 일기 <애도 일기>를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에곤 실레의 그림 <포옹(연인)>에서 두 남녀가 처연하게 안고 있는 이미지로부터도 영감을 받았다. <월광 소나타> 같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가희의 슬픈 마음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배운 캐릭터 구축 작업도 촬영 전 많은 도움이 됐다. “가희와 관련한 질문들을 몇 페이지씩 만들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써내려갔다. 그래야 그녀의 역사가 보여질 거라고 생각했다. 허술하게 작업하고 싶지 않았다.” 인물을 구축하는 데 많은 정성을 들였던 건 주연배우로서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에서 나온 각오였다.

“2014년을 <순수의 시대> 한편에 올인”할 만큼 치열하게 작업했던 까닭일까. <순수의 시대>는 그녀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아직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오만큼은 신인답지 않게 사려가 깊다. “연기를 처음 배울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애정 있게 관찰하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고여 있고 싶지 않다. 좋은 배우가 되어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

매일 촬영이 끝날 때마다 강한나는 작업 일지를 썼다. “현장에서 느낀 감정, 카메라 앞에 설 때의 시선 처리, 감독님, 동료 배우들로부터 받은 조언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했다”는 게 강한나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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