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는 달시 파켓이 명함을 건넨다. ‘프로파간다’가 디자인을 맡았다는 소박하고도 귀여운 들꽃 문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올해로 2회를 맞는 들꽃영화상 시상식은 그렇게 한국 독립영화를 지지하는 이들의 애정어린 조력으로 운영되는 행사다. 한해의 주목할 만한 저예산 독립영화를 선정해 10개 부문의 상을 시상하는 이 행사를 운영하는 건 미국 출신의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이다. 4월9일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리는 들꽃영화제 시상식을 앞두고 그와의 만남을 청했다.
-지난해 제1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을 진행해본 소감이 어땠나.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지금 영화를 제작 중인데, 내년에 제가 ‘들꽃영화상’에서 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영화인도 있었고. (웃음) 우리 영화상이 큰 시상식은 아니지만, 다른 시상식보다는 아늑하고 친근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2회 영화상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보다 프로페셔널한 행사로 꾸리고 싶었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서울극장의 도움을 받아 4월6일부터 8일까지 후보작 상영회를 열 예정이고 1회에서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준 분들을 새롭게 영입해 운영위원회의 구성을 확장했다.
-지난해의 ‘신인배우상’ 부문이 신인 남우, 여우상으로 나뉘었다는 점도 변화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는 경우가 꽤 많은데, 독립영화 배우들은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신인배우들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후보작 선정 투표에 참여하는 ‘들꽃영화상’ 평가단은 어떻게 선정하나. 행사 개요에 보면 “4월 말부터 12월까지 한달에 1∼2회 열리는 정기모임에도 참석해야 한다”고 써 있는데 산발적으로 운영되곤 하는 일반 영화제의 관객 심사단과는 다른 느낌이다.
=선정 과정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리뷰를 받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다. 이걸 일종의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독립영화를 같이 보고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다 보면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독립영화 ‘배우’로도 종종 활동하고 있다. 옴니버스영화 <원나잇 스탠드>(2010)와 단편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2014)에서 주연을 맡았다. 최근에 출연을 제안받은 독립영화도 있나.
=요즘엔 없다. (웃음) 섭외가 안 들어오더라. 배우의 꿈을 꾸다가 서서히 깨어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제 (배우 경력은) 끝났나보다! (웃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웃음) 들꽃영화상의 또 다른 차별점은 홈페이지에 영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해외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당신의 경력이 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 같나.
=생각보다 한국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해외 영화팬이 굉장히 많다. 그들로부터 다양한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다. 이 영화제에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관객층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한국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관객이다. 한국 사회에 대해 좀더 많이 이해하고 싶고, 보다 다양한 모습을 알길 원하는데 사실 상업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한국의 모습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외국인 관객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들꽃영화상의 향후 과제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오래가는 것이다. 영화상은 역사가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