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미국 영화산업이 박스오피스 하락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영화협회(MPAA)가 지난 3월 말 발표한 ‘2014 극장시장통계’(Theatrical Market Statistics 2014)에 따르면 지난해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총수입은 104억달러로, 2013년의 109억달러와 비교해 약 5% 하락했다. 또한 흥행수입은 감소한 반면 입장료에는 변동이 없어 실질적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수도 6%가량 줄어든 것으로 MPAA는 해석했다.
극장수입 하락과 관객수 감소에는 일종의 관계가 있겠으나, 할리우드는 둘 사이에 등식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박스오피스의 총수입액이 줄어든 것은 흥행작이 적었던 탓으로 보지만, 관객수 감소는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할리우드는 엔터테인먼트로서 영화가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전보다 더 많아졌음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흥행 예상작들이 2015년으로 개봉일을 변경한 것도 2014년 흥행수입 감소의 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주피터 어센딩>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등이 2015년으로 개봉일을 변경하면서 연간 흥행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의견인데, 마침 4월1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성적을 보면 이러한 분석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개봉 후 주말 3일 동안 1억4360만달러를 벌어들여, 미국 박스오피스 역사상 4월 최고 개봉수입의 주인공이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 기록은 전편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의 개봉수입보다 47% 늘어난 수치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을 제외한 63개 해외 시장에서도 2억4천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여 할리우드의 이른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흥행 침체로 기억될 2014년과 달리 2015년은 연간 흥행수입이 최초로 110억달러를 넘기는 기록적인 한해가 될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는데, 지난 주말 할리우드는 그 무지갯빛 미래로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