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영웅들을 맞이하라
2015-04-27
글 : 김성훈
9가지 키워드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미리 보기

“모든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됐다. 그중 호크아이/클린트 바튼(제레미 레너),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같은 캐릭터가 눈에 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처럼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무겁다.” “서울 로케이션 촬영 분량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 지난 4월14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월드 프리미어 직후 나온 반응들은 예매 전쟁에 돌입한 국내 영화 팬들을 한껏 들뜨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전작 <어벤져스>(2012)에 이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메가폰을 잡은 조스 웨던 감독은 ‘전편만 한 속편 없다’는 속설을 뒤집을 수 있을까. 전작의 악당이었던 로키(톰 히들스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해진 악당 울트론의 정체는 무엇일까. 4월23일 개봉을 앞두고 소문난 잔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얼마나 먹을 게 많은지 9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프롤로그

은하계를 호령했던 별들이 한팀에 뛴 적이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갈라티코(은하(Galactico)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마케팅을 활성화하려는 정책) 1기 멤버였던 지단, 피구, 베컴, 호나우두(브라질의 그 ‘뚱보’)가 그들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 별들로 수놓은 레알 마드리드는 실패작이었다. 클로드 마켈렐레 같은 살림꾼을 방출해 팀의 균형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휘황찬란한 스쿼드의 체면을 구겼다.

난데없는 축구 얘기부터 꺼낸 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어벤져스 멤버들이 처한 상황도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뉴욕 맨해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전투가 끝난 뒤, 어벤져스 멤버들을 한데 묶는 역할을 했던 쉴드가 해체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의 결말부터 이번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더

전편이 어벤져스 멤버들을 모으는 데 서사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앞에서 짧게 언급한 대로 감시가 이루어지는 조직인 쉴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멤버들을, 그것도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들을 통솔하는 리더 역할을 누가 할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 멤버들의 물주인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니면 산전수전 공중전 두루 겪은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축구에 비유하자면, 멤버들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최첨단 설비를 만드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토니 스타크는 만수르 같은 구단주, 멤버들을 이끄는 캡틴 아메리카는 필드 위의 사령관이라고 할까. 둘 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는 얘기다. 조스 웨던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번 영화에서 둘의 관계가 시험대에 놓인다고. “그 계기를 제공하는 사람이 토니 스타크다. 캡틴 아메리카가 토니 스타크를 꾸짖는 것도 그래서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캡틴 아메리카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처음으로 토니 스타크에게 털어놓는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맞선 뒤 팀이 되는 모습은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뉴 페이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에 두 캐릭터가 새로 가세했다. <엑스맨>에 등장하는 쌍둥이 남매, 퀵 실버/피에트로 막시모프(애런 존슨)와 스칼렛 위치/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가 그들이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서 빛의 속도로 벽을 타고 달리며 적을 쓰러뜨리는 장면에서 확인했듯이 퀵 실버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 스칼렛 위치는 시간과 공간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고, 염력을 사용한다. 마블 코믹스 계보도에 따르면, 원래 남매는 뮤턴트(돌연변이)이지만 <엑스맨> 캐릭터 저작권이 이십세기 폭스에 귀속된 까닭에 제레미 레첨 프로듀서와 감독은 “돌연변이로 설정하지 않고, 남매의 기원에 <어벤져스> 시리즈의 커다란 부분인 스톤과 셉터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영화를 보면 남매가 어떤 존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듯”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벤져스 멤버에는 로드 대령(돈 치들)과 닥터 초(수현)가 추가로 합류했다. 로드 대령은 <아이언맨> 시리즈를 통해 익숙한 캐릭터. 닥터 초는 토니 스타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전공학자로, 그녀가 가진 자료와 기술이 어벤져스 전투에 요긴하게 쓰일 거라고 한다.

뉴 아이템

시리즈가 진화하는 만큼 멤버들이 가진 무기와 기술도 덩달아 업그레이드됐다. 유튜브에 유출된 영상을 통해 이미 확인했겠지만, 액션 장면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헐크 버스터다. 이성을 잃으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헐크에 대비하기 위해 토니 스타크가 발명한 특수 슈트다. 맷집 좋아 보이는 디자인에서 알 수 있듯이 헐크의 핵펀치를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훌륭한 내구성을 자랑한다(헐크가 힘에서 밀리는 모습은 정말 어색하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몸을 주로 사용하는 호크 아이의 화살 역시 진화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화살촉이 장착된 화살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제레미 레너가 “아직 공개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기술 몇 가지를 더 선보일 거”라고 하니 명사수의 백발백중 활솜씨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악당 울트론

전편의 악당은 로키 하나였다. 제작진이 서사를 구축하는 데 꽤나 골머리를 썩였던 것도 그래서다. 제레미 레첨 프로듀서는 “<어벤져스> 초반부에서 멤버들이 계략을 알아내기 위해 로키를 붙잡았을 때 상황이 복잡해졌다. 로키에게는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고편에서 공개됐듯이 이번 영화에서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 악당은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울트론을 창조한 건 토니 스타크다(코믹스에선 앤트맨/행크 핌의 피조물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브루스 배너 박사와 함께 개발했다. 그럼에도 조스 웨던 감독이 브루스 배너 박사를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이유는 “엉망진창이 된 세상을 구하겠다는 토니 스타크의 집착이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온통 파괴만 일삼는 코믹스의 단조로운 울트론과 달리 조스 웨던이 빚어낸 영화 속 울트론은 인간처럼 복합적이다. “중2병 걸린 사춘기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이 싫은 이유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얘기다. 그렇게 창조된 울트론은 어벤져스 멤버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며, 스스로 진화해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한다.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태어났지만 세상의 갈등이 인류라는 사실을 깨닫고 모든 인류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코믹스가 그랬듯이 영화가 전편에 비해 “어둡고 무겁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울트론을 제압하기 힘들다는 좌절감이 이야기 내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울트론을 연기한 건 제임스 스페이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함께 <터프>(1985)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한 인터뷰에서 제임스 스페이더는 “모션 캡처 전용 슈트를 입고, 몸 여러 군데에 부착된 센서와 마커 그리고 주변에 가득한 카메라를 통해 울트론의 움직임을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겁도 나고 힘들기도 했지만 흥분되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육체를 얻어 다시 태어난 목소리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폴 베타니)가 지금까지 4편의 마블 영화(<아이언맨> 시리즈와 <어벤져스>)에서 목소리로만 존재하다가 이번 영화에서 육체를 얻게 됐다. 울트론이 인간을 멸종시키고, 자신도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비스를 이용해 창조한 ‘더 비전’이 그것이다. 목소리로만 출연했던 폴 베타니에게 육체를 선사하기로 한 것은 조스 웨던의 아이디어였다. 제레미 레첨 프로듀서는 오래전부터 폴 베타니를 활용해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아이언맨2>에서 토니 스타크의 과거 장면을 찍을 때 그를 위한 배역을 구상했다가 제외한 적이 있다. 어쨌든 폴 베타니에게 무척 만족스럽다. 그의 얼굴을 보라. 더 비전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로케이션 촬영

캡틴 아메리카와 울트론이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월드컵 북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 위에서 싸우고, 블랙 위도우가 오토바이를 타고 그 도로를 질주한다. 한국 관객에게는 분명 낯선 풍경이다. 이번 영화가 기대되는 것도 일부 장면을 서울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를 포함해 마포대교, 세빛섬, 청담대교, 강남대로 일부, 계원예술대학 인근 도로, 문래동 철강단지 등에서 촬영한 영화 속 서울은 미래 도시이자 첨단과학 도시다. 유튜브에 공개된 헐크와 헐크 버스터가 맞붙는 대규모 액션 장면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됐으며, 스타크 타워 내부, 헐크/브루스 배너 박사와 닥터 초의 연구실은 런던 셰퍼턴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산악지대 등 전세계 23개 지역에서 찍었다. 전편에 비해 더 많은 지역에서 촬영한 것은 당연히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마블의 전략 때문이다. 그나저나 서울이 쑥대밭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관객도 있을 텐데,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쑥대밭까지는 아니고 적지 않은 피해를 입는 정도라고 한다. 뿌리까지 뽑히는 도시는 따로 있다고.

원작 코믹스

원작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3년 미국 첫 출간)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어 영화 감상 전 재미로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거대한 악, 울트론에 대항한다는 서사의 기본적인 구조는 영화와 비슷하다.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쑥대밭이 된 풍경 역시 흡사하다. 차이라면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판타스틱4> 같은 이십세기 폭스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7월 개봉하는 <앤트-맨>,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캐스팅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고, 11월 촬영에 들어갈 <닥터 스트레인지>(감독 스콧 데릭슨, 2016년 개봉예정), 마이크 콜터가 루크 케이지로 캐스팅되고, 넷플릭스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될 <루크 케이지> 등 수많은 마블 캐릭터가 나온다. 다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조스 웨던이 새롭게 창조한 세계나 마찬가지여서 코믹스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에필로그

예매율 79%(4월15일 밤 9시 기준 CJ CGV 집계), 아이맥스 예매창 서버 다운. 개봉을 8일 앞둔 4월15일, 극장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영화가 아닌 까닭에 굳이 아이맥스 상영관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관객의 상당수가 아이맥스 예매창으로 몰렸다. 그렇게 극장가는 블록버스터 시즌으로 접어들었다. <어벤져스>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팀 어벤져스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 기사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제공한 보도자료, 영화 잡지 <엠파이어> 3월호, 코믹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다수의 인터뷰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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