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한국영화 블랙박스] 부가세 면제, 영진위가 나서야 한다
2015-04-27
글 : 조종국
<베를린> 해외 촬영분 반입 부가세 관련 소송 패소에 부쳐

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베를린>

지난 4월12일, 법원이 ‘영화 <베를린> 해외 촬영분을 담아 반입한 하드디스크에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앞뒤 자르고 ‘빈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나가 해외에서 촬영한 영상물을 저장해 반입한 하드디스크에 세금을 물린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로 알려지면서 영화계 한쪽에서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촬영한 영상물을 클라우드 등을 통해 전송하면 세금을 안 내도 되는데, 하드디스크에 담아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식의 비판이었다. 해외 촬영 영상물에 관세를 매긴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인데, 눈여겨보면 법원의 판결과 기사에서 거론하는 세금은 관세가 아니고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라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베를린> 제작사는 2012년 4월부터 독일과 라트비아에서 두달가량 촬영한 영상물을 하드디스크에 담아서 귀국했고, 서울 세관은 이 하드디스크가 ‘고액의 가치를 가진 물품으로 가공된 후 반입되는 것’이라고 판단해 부가세를 부과했다. 제작사는 협약 가입국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출입하는 물품의 무관세 통관을 보증하는 아타 카르네(ATA Carnet, 이하 ‘카르네’)를 통해 재수입된 하드디스크는 면세 대상이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해외에서 촬영된 영상물을 저장장치에 담아 국내에 반입하는 경우 과세대상’이라고 판시하고 제작사의 부가세 부과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외 촬영을 해본 스탭들에게 ‘카르네’는 생소하지 않다. 흔히 카르네를 통관 절차도 간편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효율적인 절차로 알고 있다. 해외로 가지고 나가는 제작 관련 장비나 물품의 통관 수속에 꼭 필요한 줄은 알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편하게 수수료를 내고 관세사에 위임해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카르네의 기본 조건은 해외로 가지고 나간 장비나 물품을 변형하거나 가공, 수리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만 하고 되가져오는 것이며, 이 경우에 통관 절차도 간소하고 세금(관세)도 내지 않는다.

사실 카르네를 통한 재수입이라도 부가세까지 면제해주는 범위는 현행 법령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영화는 부가세를 면제받을 방법이 없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3조 1항에는 ‘예술창작품: 미술, 음악 또는 사진에 속하는 창작품. 골동품은 제외한다’고 부가가치세 면제 범위를 정해놓고 있다. <베를린> 제작사는 제기한 소송에서는 졌으나 결과적으로 해외 촬영하는 영화의 부가세 면제 관련 법령의 보완 필요성을 끌어낸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 여기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를 탓하는 것도 엉뚱하지 않다. 해외에서 촬영한 영상물을 가지고 들어올 때 부가세를 면제하는 것이 영화 산업 육성과 지원에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서거나 행정적인 보완 방안을 모색하는 일을 영진위가 발벗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영진위가 이런저런 비판과 지적에 시시콜콜 해명자료를 만들고 곳곳에 각을 세우는 그 열의로 영화계 저변의 이런 과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기대 난망인 영진위의 실체가 초라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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