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의 관찰자가 세상을 떠났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촬영감독 앤드루 레즈니가 59살을 끝으로 지난 월요일(현지시각 4월28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2002년 <반지의 제왕>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했고, 2년 연속으로 ‘올해 호주 최고 촬영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몇해 전부터 심장질환을 앓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났기에 이어지는 애도의 목소리가 더 애틋하다. 평생의 동반자였던 피터 잭슨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릴 적부터 형제가 있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자주 했다. 이제야 그가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는다”라는 글을 올려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같은 호주 시드니 출신의 영화인이자 고인의 유작이 된 <워터 디바이너>(2014)의 감독 겸 배우 러셀 크로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빛의 거장, 진정한 천재가 떠났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앤드루 레즈니는 다작을 한 촬영감독은 아니다. 1978년 공포영화 카메라 어시스던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이래 40년 넘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영화는 대부분 피터 잭슨과 함께했다. 2002년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를 시작으로 <킹콩>(2005), <호빗>(2014) 시리즈까지 피터 잭슨의 눈이 되어 웅장한 스케일과 판타지의 섬세한 표정을 관찰해왔다. 피터 잭슨과 함께한 15년은 기술의 최전선에서 카메라의 영역을 개척해온 모험의 세월이었다. <반지의 제왕>의 대규모 스펙터클은 이후 다른 블록버스터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호빗> 시리즈의 3D 기술과 HFR(High Frame Rate)은 영화 촬영의 신기원을 열었다. 또한 <반지의 제왕> ‘골룸’의 디지털 액팅은 <킹콩>과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으로 이어졌다. 그 밖에 <나는 전설이다>(2007), <러블리 본즈>(2009), <워터 디바이너>에서도 기술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웅장한 환상을 정교한 현실로 만들어온 그의 마법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