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리우드가 현대 여성들의 삶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다. 2016년에는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여성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대거 개봉할 예정이다. 먼저 <프로메테우스> <차일드 44>의 스웨덴 출신 배우 노미 라파스가 최근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하는 전기영화 <칼라스>의 출연을 확정했다. 니키 카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서 노미 라파스는 억만장자 오나시스와 2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해 온 칼라스를 연기한다. 알폰소 시그노리니 작가가 쓴 칼라스의 전기 <투 프라우드, 투 프레질>에 기초해 카로 감독이 직접 각색을 맡았다. 이어서 여성 대법관 자리에까지 올랐던 유대인 법조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전기영화 <온 더 베이스 오브 섹스>에 <블랙스완>의 배우 내털리 포트먼이 출연한다. 현재 마리엘 헬러 감독이 연출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의 유명 사진가 도로시아 랭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랭> 역시 제작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지휘 아래 2016년 공개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아카데미의 여왕 메릴 스트립은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과 손잡고 뉴욕 최악의 소프라노 플로렌스 젠킨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에서 플로렌스 젠킨스를 연기할 예정이다.
할리우드가 이토록 열렬하게 위대한 여성의 역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그러한 이야기가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여성 영화인들의 삶은 그와 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는 최근 TV와 영화 업계 전반에 걸쳐 할리우드 산업에서 여성 영화인의 활동분포율은 23%, 여배우들이 중요한 배역을 맡는 비율은 26%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메릴 스트립이 40대 이상 여성 시나리오작가 지원 펀드를 개설한 소식을 함께 전하면서 여성감독 중 40% 이상이 블록버스터 연출에 관심 있어 한다는 소식을 덧붙이기도 했다. 잘 팔리는 여성 소재의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여성 영화인을 희생시키는 모습은 현재 할리우드가 여성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