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핵폭발 장치를 둘러싼 세계 각국 요원들의 신경전 <적도>
2015-05-2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한국에서 개발된 핵폭발 장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핵폭발 장치의 행방을 좇던 한국 정부는 이 무기가 홍콩의 지하 시장에서 암거래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다. 특히 용의자로 지목된 적도(장첸)라는 별명을 가진 사내는 일본 천황의 상징인 옥을 훔쳐 홍콩의 지하 세계로 들어가 맹활약 중이다. 이번 사건이 자칫 아시아 전역에 걸친 외교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한 한국 정부는 무기 전문가 최민호(지진희)와 국가정보원 최우수 특수요원 박우철(최시원)을 홍콩으로 파견한다. 홍콩쪽 수사팀을 이끄는 이 팀장(장가휘)도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평소 핵물질 결사반대를 외치며 홍콩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해온 물리학 교수(장학우)를 찾아가 이번 수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 여기에 중국 정부 요원까지 개입해 들어오면서 수사팀의 몸집은 훨씬 커진다. 우여곡절 끝에 최민호와 박우철은 핵폭발 장치를 발견하고 한국으로 안전하게 가져가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홍콩 수사팀은 이들의 한국행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적도>는 <콜드 워>(2012)로 홍콩 금상장영화제에서 9개 부문의 상을 가져간 서니 럭과 렁록만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전작이 아시아 최고의 치안 도시로 꼽히는 홍콩에서 펼쳐지는 테러와의 전쟁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세력 다툼 문제로 시야를 확장시켰다. 위험천만한 핵폭발 장치의 행방을 놓고 한국, 홍콩, 중국의 국가 요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돈을 노린 테러 조직원들까지 가세하면서 홍콩 도심 한복판에서 거대한 총격전과 액션 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수사에 합류한 모든 이들이 홍콩 시민과 동북아시아의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하에 ‘적도’를 쫓는가 싶었지만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견제해나가면서 극에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한국,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등 총 5개국에 걸쳐 이야기를 한껏 벌여둔 탓에 인물들 저마다의 감정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집중해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전문가라는 한국쪽 요원들이 극 안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지극히 제한적인 데다 그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호소하는 감정 역시 통속적이다. 이런 지점이 첩보액션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걸림돌이 됐다. 반면 초반부터 매서운 눈빛으로 극을 이끄는 장첸과 후반부 장학우가 보여주는 노련하고 여유로운 눈빛은 극적 생동감을 살리는 데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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